임원 블록딜에 흔들린 루닛 주가… 다음 부담은 ’전환사채’ 물량

19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 주가는 이날 오후 1시25분 장중 3만930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전 거래일 종가(3만8500원) 대비 2.1% 올랐으나 52주 최고가(8만5800원, 2024년 12월17일 장중)와 견줬을 때는 54.2% 하락했다. 최근 1년 동안의 루닛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상승세를 그리다가 이후에는 등락을 반복하며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주가 하락세는 경영진들의 블록딜에서 비롯됐다. 루닛 임원 옥찬영·이정인·팽경현·유동근·박승균·박현성과 주요 주주 장민홍 등 7명은 지난해 12월18일 공시를 통해 회사 주식 총 38만334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96억원 규모다.
임원들의 블록딜은 시장 신뢰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주식을 매도한 임원 중 이정인·팽경현·유동근·박승균·박현성이 주식을 매각한 규모는 각각 49억9993만원 정도다. 사전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0억원 기준에 살짝 못 미친 것으로, 일각에서는 꼼수 매각 논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당 공시로 인해 루닛 주식(이하 종가 기준)은 3거래일 만에 8만3800원(2024년 12월17일)에서 6만2900원(2024년 12월20일)으로 24.9% 급락했다.
루닛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가 장내 매수에 나서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주가 회복을 이끌진 못했다. 백 의장과 서 대표의 주식 매수 규모가 임원들의 블록딜 규모에 크게 못 미쳤던 탓이다. 백 의장과 서 대표는 당시 6억원 규모인 주식 7747주를 장내 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지난달 루닛 주식 의무 보호예수 기간 종료와 관련해서도 보유 주식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시점을 올해로 한정하며 향후 주식 매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추가 리픽싱 우려… 루닛 "주가 상승이 근본적 해결책"
문제는 루닛 주가 반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리픽싱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루닛은 제1·2회차 전환사채에 대해 7개월마다 전환가액을 조정한다. 7개월마다 하향 리픽싱이 발생해 전환 가능 주식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루닛은 전환사채 발행 당시 최초 전환가의 70%까지 리픽싱이 가능하도록 투자사와 계약했다. 전환가액 조정 한도 최저치는 제1회차 3만8425원, 제2회차 3만8986원이다. 루닛 주가는 최근 4만원 안팎으로 전환가액 조정 한도 최저치 수준에 근접했다.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은 부족하다. 적자 지속으로 인해 재원이 부족한 탓으로 보인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세우기보단 R&D(연구·개발) 등에 투자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게 루닛 계획이다. 루닛은 올 상반기 매출 371억원, 영업손실 4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3.5% 늘었으나 영업손실 역시 28.0% 확대됐다.
루닛 관계자는 "리픽싱 우려와 관련해서는 주가 상승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며 "단기적 요행보다는 현재 사업에 집중하고 계획대로 흑자전환을 이루는 등의 방식으로 주가 부양을 이루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