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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무역협상 타결 - 최악 피했지만 차악 만났다①] 상호관세 25%→15% "3500억달러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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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韓美 무역협상 타결 - 최악 피했지만 차악 만났다①] 상호관세 25%→15% "3500억달러 투자"

대한민국 경제가 워싱턴발(發)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25%의 ’관세 폭탄’은 터지지 않았지만, 그 대신 15%의 상호관세와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라는 묵직한 청구서를 받아 들었기 때문이다. 시한을 불과 48시간 앞두고 타결된 이번 합의는 ’최악의 파국은 막았다’는 안도감과 ’실리를 과도하게 내주었다’는 비판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단순한 통상 협상을 넘어, 한미 동맹과 한국 경제의 미래 향방을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에 동의했음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합니다"

7월 30일 오후 6시 16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한국 대표단이 백악관을 나선 지 불과 16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톱다운’ 방식과 극적인 연출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그가 공개한 합의 내용은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미국의 완승 선언에 가까웠다. ▲한국에 15% 상호관세 부과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투자처는 美 대통령이 선정) ▲한국의 10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 구매 ▲자동차·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완전 개방. 조목조목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특히 "2주 내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올 때 (투자) 총액이 발표될 것"이라는 언급은, 정상회담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며 이번 협상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명확히 했다. ’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싶다’는 덕담을 덧붙였지만, 사실상 승전보를 알리는 자리의 들러리로 한국 정상을 초대한 격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트루스 소셜 갈무리

상황은?

정부는 ’절박한 방어전’의 성과를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7월 31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25% 관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고, 경쟁국인 일본·EU와 동등한 15%의 관세율을 확보한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하고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이라는 ’레드라인’을 지켜낸 것 역시 중요한 성과로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은 우리 국민주권 정부의 첫 통상분야 과제였으며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이었지만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면서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미 양국의 발표는 같은 협상 결과를 두고도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동상이몽’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탄핵 정국 등을 거치며 초반부터 미국과의 협상에 전사적으로 나서지 못한 가운데, 한국 산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용인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단연 자동차 업계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누려온 ’무관세(0%)’ 혜택이 13년 만에 사라지고 15%의 관세 장벽이 세워졌다. 이는 고스란히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왔지만, 제네시스 등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고급 차종과 하이브리드차 등 고수익 모델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과 힘겨운 가격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재계 관계자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관세 부활은 실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내 생산 시설 추가 투자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외의 변수는 조선업이다. 3500억 달러 투자금 중 1500억 달러가 ’한미 조선 협력 펀드’로 조성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쇠락한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진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협상단 일원으로 방미한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현지 브리핑을 통해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협성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현장에서 한국 조선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미국 내 선박 건조가 최대한 빠르게 이뤄지길 희망했다는 설명이다.  

당장 미국이 추진하는 LNG 수출 프로젝트에 필요한 선박을 한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국내 업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술과 자본으로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만 키워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아직 마스가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단순 현지 조선소 인수나 기술 이전이 아닌 조선소 직접 건설 등 리스크가 큰 방향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한편 정부는 반도체와 의약품 등 향후 관세가 부과될 품목에 대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최혜국 대우)’이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 미국이 추가로 꺼내 들 수 있는 관세 카드로부터 최소한의 방어막을 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연히 ’0% 관세’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일본이나 EU와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언제든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우리 첨단 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남게 됐다.

농축산물의 경우는 어느정도 선방했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강한 개방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식량 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나 방위비 문제, 무기 수입 협상 등에 대해서는 협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플랫폼법·인공지능(AI) 칩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요구 등도 논의 안건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3500억 달러 펀드 ’경제 주권’과 맞바꾼 관세 인하?

이번 협상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밝힌 대목은 ’독소조항’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장 러트닉 장관은 엑스(X)에 "오늘 우리는 또다른 역사적인 무역합의를 이뤘다"며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하는대로 대미 투자에 3500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며, 이중 90% 이익은 미국인들에게 향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이며, 러트닉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있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투자 수익 배분 비율과 동일한 것으로 사실상 고금리 사채에 가까운 불평등 계약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우리 자본으로 미국 내 인프라, 에너지,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투자하고 그 이익의 대부분은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수익의 미국 내 재투자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명확한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이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 인하라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경제 주권의 일부를 양보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식과 수익 회수 장치, 법적 구속력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국익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한미 무역협상 타결은 ’관세 전쟁’이라는 급류를 피하기 위해 거대한 ’투자의 댐’을 건설하기로 약속한 것과 같다. 당장의 파국은 막았지만, 댐 건설과 유지에 드는 막대한 비용은 이제부터 한국 경제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2주 뒤로 예고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내놓을 구체적인 청사진에 따라 이번 협상이 ’굴욕적인 항복’인지 ’전략적인 타협’이었는지에 대한 최종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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