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아름다운 하락’ 영향은?…미 국채 금리 더 내려가나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10년물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 정책,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 국채 수급 불균형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전환의 시기"라며 경제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역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일부 인정하며, 미국 경제가 "해독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발언 속에 10년물 국채 금리는 크게 요동쳤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급등하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아름다운 하락(Beautiful drop)"이라며 자찬했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10년물 국채 금리는 12.6조 달러 규모의 모기지 시장, 5.8조 달러 규모의 은행 대출, 그리고 36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정부 부채에 영향을 준다. 연준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은 10년물 국채 금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 금리 인하에도 예외적으로 상승한 10년물 국채 금리
연준 기준금리와 미 10년물 국채 금리. 출처: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은 2023년 7월부터 5%대 고금리를 유지하다가 2024년 9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총 100bp(1.00%포인트) 인하했으며, 2025년 1월에는 금리를 동결해 현재 4.25%-4.50%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장기 국채 금리도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났다. 2024년 9월 금리 인하 당시 3.6%였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2025년 1월 15일 4.8%까지 급등했다. 이는 2023년 10월 기록한 5.0%의 고점에 근접한 수준이며, 팬데믹 이전(2017~2019년)의 평균 금리 2.5%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마켓워치의 선임 연구원 프레스턴 콜드웰에 따르면, 1966년 이후 11번의 완화 사이클 중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준의 첫 번째 금리 인하 후 4개월 이내에 상승한 경우는 단 3번뿐이었다.
과거 평균적으로 금리 인하 후 4개월 뒤 10년물 국채 금리는 26bp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95bp 상승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연준이 지속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지면서, 시장이 예상했던 만큼 장기 금리가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와 국채 발행 증가가 더해지면서, 오히려 장기 금리는 상승했다.
프레스턴 콜드웰은 “현재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면서, 연준이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며, 이러한 기대가 장기 금리 상승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장기물 금리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총재 오스턴 굴스비(Austan Goolsbee) “연준의 정책이 단기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만, 장기 금리는 국채 발행 규모, 인플레이션 기대, 글로벌 경제 상황 등 여러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과 ‘아름다운 하락’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증시를 경제 성과의 핵심 지표로 삼았다. 하지만 이번 행정부는 국채 금리에 더 주목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채권 수익률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시장이 정부 정책에 맞춰 조정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초,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분기자금조달(Quarterly Refunding) 보고서에서 장기 국채 추가 발행 계획이 없음을 확인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4.16%까지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아름다운 하락(beautiful drop)"이라며 의회 연설에서 자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4.3%대로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전환기"를 언급했고, 뉴욕 증시가 폭락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다시 4.1%대로 하락했다.
정부 부채와 국채 수급 불균형:금리 상승 압력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은 국채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도 깊이 관련이 있다. 미국 장기 국채의 주요 보유자인 연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입을 줄이면서, 국채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국채 공급 증가 가능성도 장기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양적 긴축(QT)을 지속하며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2023년 말 4.79조 달러였던 연준의 국채 보유량은 2025년 현재 4.25조 달러로 감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2024년 말부터 미국 국채를 순매도하는 등 수요 둔화가 뚜렷하다.
미국 은행들도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다. 핵심 이유는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Supplementary Leverage Ratio)규제다. SLR 규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제도로, 은행들이 국채를 보유할 때 추가적인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에 대응해 SLR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의 국채 매입이 증가해,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채 공급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 및 일자리법을 연장하면 약 2조 달러의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채 발행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는 2034년까지 최소 2조8000억 달러의 추가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져 장기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금리 향방: 상승과 하락 가능성 공존
향후 국채 금리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모간 스탠리는 "채권시장이 연준의 기준금리 3.25%로 하락을 예상하며, 10년물 수익률이 4%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관세 및 이민 정책으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26년 잠재 성장률 아래로 떨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시장 금리를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없지 않다. 미국 하원이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세금 및 지출 삭감을 골자로 하는 예산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라 시장 금리 상승 압박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조 마허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분기 추가 관세를 도입하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금리 동결 전망을 근거로 볼 때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75%까지 반등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미 재정 적자, ‘아름다운 하락’이 필요한 이유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의 재정 적자는 GDP 대비 6.3%대로 확대됐으며, 국채 이자 비용은 이미 국방비를 초과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 의회예산처(CBO)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정부의 부채 이자 지출은 8,700억 달러로 예상되며, 이는 국방예산(8,500억 달러)을 넘어서는 규모다. 부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부의 재정 여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브리지워터 창립자이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미국이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줄이지 못하면, 국채 시장이 추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정책, 인플레이션, 국채 수급 불균형, 재정 적자 확대 등의 변수로 인해 ‘아름다운 하락’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연준의 3월 금리 결정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가 추가로 진행된다면 국채 금리 하락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거나 국채 발행 증가가 현실화되면 오히려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아름다운 하락’이 유지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시장 변동성이 기다리고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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