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자 리딩방 여전히 ‘기승’…금융사 임원 사칭하고 고수익으로 현혹
금융당국이 투자 리딩방 규제와 단속 수위를 강화하고 있지만 증권사 임원을 사칭하고 터무니없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불법 리딩방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자산운용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임직원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이 횡행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개설된 리딩방에서 전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 대표 이름을 사칭한 불법 투자중개로 인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리딩방은 이달 3일 개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리딩방에서는 정체불명의 프로젝트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전체 수익률 500%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별 종목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고수익을 보장하고, 수익률을 과장해 특정 종목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는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최초 채팅방 구성될 당시 본인을 비서로 소개한 인물이 육성을 녹음한 파일을 올려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뒤 임시 채팅방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내부 채팅방 가입을 유도했다. 이 비서는 단체 채팅방 이외에도 개별 채팅방을 통해 매도 리딩을 하는 등 유사투자자문업 규정을 위반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리딩방과 같이 투자자와 소통이 가능한 양방향 채널을 활용해 영업할 수 없게 돼 있다.
리딩방은 초기에 차트 분석법, 시세 변동 요인 등에 대한 강의를 통해 투자자들의 환심을 산 뒤 ‘보안 규정 준수’를 강조하며 정보유출을 통제하기도 했다. 특히 리딩방 운영진은 “정보 유출 시 전체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유출자의 참여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불법 리딩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유사투자자문업 규정을 개정했다. 수신자의 채팅입력이 불가능한 단방향 채널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개별성 없는 조언을 제공하는 영업만 허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역시 지난해 7월부터 불법 리딩방 개설을 전면 금지하는 등 플랫폼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불법 리딩방 운영자들은 수법을 다양화하며 규제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투자자들을 1차 채팅방에 모집한 뒤 그중 일부를 다시 새로운 채팅방으로 이동시켜 관리하는 방식으로 불법 행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중 리딩방을 구성할 경우, 일차적으로 노출되는 채팅방은 정상적인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위장할 수 있다.
투자 리딩방과 같은 통신사기 범죄가 날로 늘어나는 가운데 피해구제를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2011년 통신사기환급법을 제정한 이후 대면편취(2023년), 간편송금(2024년)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의 피해구제를 의무화하는 법을 잇따라 개정했다. 하지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금융기관들과 협업해 투자 리딩방 관련 범죄 ‘피해구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투자 리딩방 사건에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관련한 판례를 변경하면서 적용 범위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은 ‘재화의 공급·용역 제공을 가장한 행위’의 구체적 정의에 중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의심스러운 리딩방 참여를 삼가고, 투자에 앞서 투자사기 예방 자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