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쓸어 담더니…"카카오마저 제쳤다" 개미들 환호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게임주가 주춤한 흐름을 보인 가운데 크래프톤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마저 제치며 인터넷·게임 업종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PUBG: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이 건재한데다 올해 신작 발표도 예정돼있다. 일각에선 크래프톤이 모처럼 공모가(49만8000원)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크래프톤의 주가는 9.18%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5.17%)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넷마블(-8.8%), 시프트업(-2.68%), 엔씨소프트(-1.04%) 등 다른 대형 게임사가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해 8월 기록한 52주 최고가(35만5000원)에도 바짝 다가서고 있다.
'큰 손'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린 모습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크래프톤 주식을 4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도 67억원어치 사들였다. 현재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16조3601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25위에 올랐다. 카카오(16조1493억원), 삼성SDI(16조909억원)를 제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24위 하나금융지주(16조4589억원)와의 격차는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자 개인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한 주주는 주식 커뮤니티에 "30만원대 초반부터 조금씩 모았는데, 이번엔 35만원대 돌파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투자자는 "인조이 출시 전까지 불타기(추종 매수) 할 예정"이라고 했다.
크래프톤이 다른 게임사와 차별을 보인 배경엔 메가 IP가 있다. 대부분의 게임은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출시 후 매출이 하향 안정화하는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2017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는 추세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PC 버전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은 24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접속자 수도 평균 80만명 수준으로 직전 분기 대비 3만명가량 불었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핵심 팬층을 대상으로 1인당 평균 결제액(ARPPU)을 높일 수 있는 업데이트를 진행해 PC 버전의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향후 '언리얼엔진 5' 업그레이드, 싱글모드 출시,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하이퍼캐주얼 모바일게임 개발, 콘솔(게임기) 게임 개발 등을 감안하면 프랜차이즈의 성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우려 과도'…신작 '인조이' 연 157만장 팔릴 것"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우려는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배틀그라운드는 연초부터 스팀(게임 플랫폼) 매출 1위를 달성했고, PC에서 많은 게이머를 끌어모았던 '론도' 맵을 올해부턴 모바일 버전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라며 "1분기 중국 춘절(설) 성수기 효과, 8주년 업데이트로 배틀그라운드 IP는 다시 고성장세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했다.
신작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어 오르고 있다. 크래프톤은 오는 3월 28일 인조이(inZOI)의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게임은 '심즈' 시리즈와 같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협업해 인조이에 CPC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게임 내 캐릭터는 마치 사람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답변할 수 있어 게이머의 몰입도가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게이머들의 대기 수요 등을 감안하면 인조이는 연간 157만장 판매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인조이 외에도 상반기 다크앤다커 모바일, 하반기 서브노티카 2를 출시해 크래프톤은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NH證, 크래프톤 목표가 50만원 제시…공모가 웃돌면 직원 물량 나올 수도크래프톤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눈높이도 잇따라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크래프톤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2335억원이다. 6개월 전(9013억원)에 비해 3000억원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목표주가 평균치도 34만2105원에서 45만588원으로 31.7% 상향 조정됐다.
NH투자증권은 크래프톤에 목표주가 50만원을 제시했다. 이 수준까지 주가가 오르면 크래프톤 직원들의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과거 크래프톤이 상장할 때 직원들은 주당 49만8000원에 우리사주를 받았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8월 20일 공모가 49만8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했다. 보호예수가 해제된 1년 뒤 주가는 25만3000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공모가 대비 반토막 수준이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크래프톤에 남아있는 우리사주 물량은 24만6480주다. 상장 당시 35만1525주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것을 감안하면 29.88% 줄었다. 직원들이 보유한 100주 중 70주는 아직 잠들어있는 셈이다.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상 직원이 133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264주씩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모가 기준으로 직원 한 명당 1억3147만원씩 투자한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주가 기준 손실률은 31.43% 수준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 등에서 받은 대출을 사내 대출로 전환하며 이율을 낮춰줬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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