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닉 못 샀는데"…外人, 원전·바이오 쓸어담았다 [분석+]

국내 증시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추격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자력발전 관련주(株)와 제약바이오주도 빠르게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삼성전자(3조7089억원)와 우선주인 삼성전자우(5275억원) 외에 두산에너빌리티(5830억원), 현대차(2149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69억원), 한국전력(1819억원) 순으로 많이 담았다.

기관 투자자도 삼성전자(4188억원)를 제외하면 SK스퀘어(2778억원), LG에너지솔루션(2014억원), 두산에너빌리티(1737억원), 한미반도체(968억원), 포스코퓨처엠(793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739억원) 순으로 많이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모두 빠진 반면 원전 관련주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제약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반 상위권에 진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두 최근 실적 눈높이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두산에너빌리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1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239.2% 늘어난 1164억원으로 전망된다"며 "대형 원전, 소형모듈 원전(SMR), 가스터빈 등 고마진인 성장사업으로의 수주 잔액 믹스 개선 영향이 지속되며 큰 폭의 증익 달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국에 38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 2기를 국내 최초로 수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여기에 미군이 공군 기지에 소형원자로를 설치하기로 하고 여러 회사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도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6462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28% 웃돌 것"이라며 "우호적 환율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유입, 4공장 풀가동 레버리지 효과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인적분할 이후 6공장 계획과 함께 미국 진출 전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도 기대된다"며 "미국 생물보안법 조항이 포함된 국방수권법 개정이 가결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 후 시행될 경우 대체 수요를 촉발할 수 있어 반사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임시주총을 열고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개발 부분 인적 분할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 전망"이라며 "4공장 풀가동 효과로 4분기도 호실적이 기대되며, 인적 분할 이후 경영 구조가 안정화되는 시점에 미국 현지 생산시설 구축 여부 등 글로벌 생산 전략이 구체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추격 매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메모리 슈퍼사이클 분석에 사상 최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반도체 주도의 상승장이 주춤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공매도 역시 반도체주로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공매도 잔액은 약 11조96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상승 랠리에 들어서자 불과 6개월 만에 공매도 잔액은 두 배 이상 늘었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SK하이닉스(1773억원), 삼성전자(951억원) 순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