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주소·제품 코드만 알아도 주가 움직임 보인다…데이터, 투자에 필수” [KIW 2025]

“대체데이터를 활용하면 재무제표나 공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의 핵심 펀더멘털을 시장보다 한 발 앞서 포착할 수 있습니다. 주가 변동성을 견디는 근거로도 쓸 수 있고요.”
엄찬식 빌리언폴드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5’의 코리아마켓포럼에서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엄 본부장은 이날 ‘대체데이터에 기반한 시장중립형 롱·쇼트 운용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엄 본부장은 헷지펀드가 시장중립형 롱쇼트 전략으로 자금을 운용할 때 대체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롱쇼트 운용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본 종목은 매수(롱), 내릴 종목은 공매도(쇼트)해 수익률을 방어하는 전략을 뜻한다.
엄 본부장은 “시장중립형 롱쇼트는 롱쇼트 전략을 활용해 시장 전반 등락에 따른 변동성 영향을 상쇄한 뒤 알파(초과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라며 “연간 목표 수익률이 10% 초중반으로 절대 수준이 매우 높진 않지만, 변동성도 낮게 관리하기 때문에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빌리언폴드는 이같은 전략으로 장기간 좋은 성과를 누적해 최근 글로벌 주요 헤지펀드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로부터 약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 규모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체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업의 주가 향배를 훨씬 효율적으로 예측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엄 본부장의 설명이다. 대체데이터는 재무제표나 공시 등 전통적 금융 정보를 제외한 비정형·비금융 데이터를 뜻한다. 수출입데이터,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 모바일 앱 사용량(트래픽), 공항 교통량 데이터, SNS나 포털사이트의 검색 트렌드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선호를 파악하기도 좋다. 개인적으로 불닭볶음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제품 인기를 체감하기 어려운 투자자라도 검색 트렌드 데이터를 통해 불닦볶음면의 인기 정도를 파악해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 본부장은 “주식 투자는 단순히 종목을 고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있는 비중으로 사서 언제까지 보유하는지가 성과를 좌우한다”며 “대체데이터를 활용하면 트렌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느 트렌드가 언제까지 얼마나 갈 것인지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대체데이터 활용 ‘꿀팁’도 제시했다. 그는 “모든 기업들은 본사와 공장 주소가 공개돼 있다”며 “공장 위치와 주력 제품의 수출코드만 알면 그 기업의 매출을 선행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삼양식품의 공장 주소지와 라면 수출코드를 조합하면 삼양식품 매출 방향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수출 데이터가 특히 의미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엄 본부장은 “관세청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월별 수출입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엄청난 분석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항공데이터를 통해서는 외국인 관광객 영향이 큰 카지노·면세·호텔 업황을, 신용카드 데이터를 통해선 내수기업들 매출을 추적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근 전력기기주 상승세도 대체데이터로 투자 기회를 미리 포착했다. 엄 본부장은 “미국 수입 데이터에서 전력기기 수요 증가를 확인했고,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기업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한국산 변압기들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국내 기업들 수출데이터로도 수출 실적 급증세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데이터와 무관하게 주가가 과열돼 수출이 ‘피크아웃’ 됐는데도 주가가 추가로 오르는 구간이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엔 데이터와 실적추정치, 주가 수준 등을 서로 비교해 펀더멘털에 무게를 둔 운용 전략을 써야 한다”고 했다.
엄 본부장은 “대체데이터는 투자자가 변동성을 견디는 합리적인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주가 변동 구간에서 데이터가 객관적인 기준선 역할을 해줘서 변동성을 거쳐 초과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로 본 증시 전망도 내놨다. 엄 본부장은 “최근 지수 흐름은 수출 상황과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증시 부양책, 내수 산업 실적 향상 등도 계속된 주가 상승세 원인일 수 있지만 지수와 수출데이터간 괴리가 좁혀지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대체데이터로 봐서는 기존 주도 섹터인 화장품, 전력기기, 방산, K-푸드의 수출강도가 약화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반면 반도체, 플랜트, 조선 기자재 등은 펀더멘털 기반 성장 추세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어 새로운 주도주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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