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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개비에 술술 토했다…피싱조직 대포폰 허리 끊은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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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웅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2반 팀장. 지난해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에서 총 172명을 검거했다. /사진=김미루 기자.


지난해 인천공항 인근, 겉보기엔 평범한 2층 주택. 집 앞으로 택배 상자가 하루에도 몇 개씩 배송됐다. 상자 안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일 대포폰이 들어 있었다. 중국인 '보따리상'들은 몸에 한두대씩 대포폰을 숨겨 출국했다.

서영웅 팀장이 이끄는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2반이 가정집으로 위장한 대포폰의 마지막 국내 집결지를 덮쳤다. 서 팀장은 "중간 유통책을 설득하고 끝까지 회유해 유통라인 11곳을 알아냈다"고 했다. 수사 끝에 대포폰 3453대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중국 국적 유통 총책을 비롯해 피의자 총 145명이 붙잡혔다. 이 대포폰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피해자만 100명이 넘었다. 


서 팀장은 지난해 처음 피싱수사반을 맡았다. 팀원은 서너명, 대부분 경력 3년 남짓의 초년생이었다. 기본적인 수사 기법은 있었지만 첩보가 없어 막막했던 그는 팀원들과 함께 일선 경찰서 수사과를 돌며 '미제편철'된 기록들을 일일이 꺼내 들여다봤다. 혹시라도 놓친 단서가 있다면 다시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노력 끝에 대포폰 밀반출 조직을 검거할 수 있었다. 서 팀장은 "말단 유통책이 걸리면 꼬리 끊기 식으로 연락을 끊기 때문에 중간 유통책이 수사에 잘 협조하도록 설득하고 회유하는 일이 정말 중요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포폰 유통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대포폰 일부. /사진제공=경기북부경찰청.


조폭 강남범서방파 쫓던 신참 형사

그의 뿌리는 '강력계'다. 2008년 경찰에 입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가 맞닥뜨린 사건은 전국을 뒤흔든 폭력조직 강남범서방파 검거였다. 당시 경기경찰청 제2청(현 경기북부청) 광역수사대는 과거 김태촌의 범서방파에서 활동했다가 자체 강남범서방파를 결성한 두목 박모씨를 비롯해 조직원 총 8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과 경기·강원 일대를 무대로 활동했다.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수십억원을 갈취하고 배신자를 위협하기 위해 "손가락을 절단한다"는 자체 행동강령까지 만들었다. 광수대 팀장과 당시 신참 형사였던 서 팀장을 비롯해 3명이 2012년 3월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서 잠복하다가 두목 박씨를 검거했다. 이후 조직원들도 차례로 검거됐다.

당시 서 팀장의 선배들은 "조폭을 앞에 두고 약해 보이면 안 된다", "인상에서 먹고 들어가야 한다"며 190㎝ 큰 키에 말랐던 서 팀장에게 매일 저녁 삼겹살을 먹였다.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할 때와 비교해 몸무게 10㎏을 더 찌웠다. 더벅머리는 뒤로 다 넘겨 '올백' 스타일이 됐다. 안경을 벗고 일명 일수 가방인 클러치백을 들고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조직 상대 진짜 무기는 '대화'… 사람 움직인 수사 철학


보이스피싱 조직도. /사진제공=경기북부경찰청.

큰 체격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서 팀장의 진짜 무기는 '대화'였다. 강력계 시절부터 "사람을 움직여야 조직이 열린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혔다. 그는 조직폭력배를 조사할 때도 먼저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긴장을 풀어줬다. 구속된 피의자여도 사정이 다 있다는 생각으로 먼저 사람으로 대해줄 때 피의자도 스스로 말문을 열었다. 그렇게 얻은 단서가 사건의 판을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

철학은 지금도 이어진다. 보이스피싱 수사에서도 그는 말단 조직원을 설득해 상선 구조와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방식을 택한다. 조직원의 협조를 얻어내야 윗선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폭력조직부터 보이스피싱까지 조직범죄 수사를 거치며 "조직 수사는 힘이 아니라 신뢰를 얻는 대화에서 시작한다"는 지론이 자리 잡았다.

사람을 중시하는 태도는 팀 운영에도 드러난다. 당장 실적을 높이기보다 오래 함께하고 싶은 팀을 만드는 게 더 값지다고 믿는다. 서 팀장은 "저 반 잘한다는 말보다, 저 반 가고 싶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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