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투자하지 않는 인도경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최근 현금 지원과 보조금 정책을 늘리고 있다. 확대 기조였던 인프라 투자는 축소 추세다. 작년 총선에서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이 단독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자 정책 방향을 급선회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대규모 도로, 철도, 통신망 프로젝트에 투자한 것과 대비된다.
인도 기업의 설비투자도 점차 줄고 있다. 인도 통계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기준 인도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25% 급감할 전망이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국내 수요 둔화가 맞물린 결과다. 제조업과 인프라 관련 투자가 특히 위축되고 있다. 인도 민간 기업의 49%만 직전 회계연도에 설비투자를 집행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40% 이상은 올해 계획을 보고하지 않았다.
외국인직접투자(FDI)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인도의 순FDI 유입액은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불과했다.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 크다.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세우도록 유도하면서 인도 투자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해외발 투자 사례가 있지만 예외적인 경우에 그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17 전 기종을 인도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으로 수출할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도 인도에 대형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계획을 앞서 밝혔다. 다만 이는 여전히 논의 단계다. 실질적인 FDI 유입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투자 감소는 GDP 증가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1980년대에 연간 평균 15%대의 경제 성장을 이뤘고, 중국도 2000년대 초반까지 10~15%대의 고성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인도의 성장률은 5~7%에 그친다.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고용 증가, 중산층 강화, 더 나은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모디 2기까지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증가했고, 도로와 통신망의 발전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성장 불씨가 포퓰리즘 앞에 다시 사그라들고 있다. 적지 않은 인도 국민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비스킷 하나가 10년 후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자신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투자 없이는 일자리도 없고, 중산층도 없다. 투자가 아니라 내수 소비로 성장하려 시도하는 국가에 더 나은 미래란 없다. 인도뿐만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에는 누가 투자를 늘리고 있나. 우리 또한 눈앞의 비스킷에 현혹되고 있지 않은가.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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