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2조 베팅 통했나?"...외국인·기관, 네이버 매수 재개

올 하반기 급락했던 네이버 주가가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 재개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다. 6월말 이후 급락하는 네이버 주가를 떠받치며 2조원이 넘게 순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오후 2시 50분 기준 1.21% 오른 23만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들어 7.5% 올랐다. 네이버는 9월들어 기관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이다. 지난 8일까지 19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경쟁사인 카카오는 1384만원어치 순매수하며 삼성전자(2086억원 순매도) 다음으로 많이 팔았다.
네이버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증시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선정, 한성숙 전 대표의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선임,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의 대통령실 AI수석 기용 등이 겹치며 대표적인 '신정부 수혜주'로 분류됐다. 6월 초까지 18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단 4거래일만에 40.44% 폭등했다.
호재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쟁사 카카오가 2분기 실적시즌에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를 40% 가량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낸 반면, 네이버는 2분기 매출 2조9151억원, 영업이익 5216억원을 신고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10.3%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 시장 기대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이었다.
이후 국내 증시의 수급을 주도하는 기관과 외국인은 "네이버를 팔아 카카오를 산다"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7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네이버 주식 1조5697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카카오는 51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각각 이 기간 외국인이 많이 순매도한 종목 1위, 많이 순매수한 종목 2위다.
6월까진 함께 급등했던 카카오가 기관과 외국인 수급에 힘입어 주가를 방어하는 동안 네이버는 속절없이 하락했다. 현재도 카카오가 연고점 대비 17%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는 반면 네이버는 최근 상승에도 21% 빠진 상태다.
기관과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개인투자자가 받아냈다. 네이버 주가가 빠지기 시작한 6월 25일 이후 개인은 네이버 주식 2조33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압도적인 1위 순매수액으로, 2위 SK하이닉스(9892억원) 3위 두산에너빌리티(7958억) 4위 카카오페이(5319억원)를 모두 합친 2조3169억원보다도 많다. 다만 이 기간 주가 움직임을 감안하면 이들 투자자는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달 들어선 조금씩 분위기 반전이 감지되고 있다. 기관 투자가들이 먼저 순매수로 돌아섰고, 이번달에 네이버 주식 1234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도 9일에는 창구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순매수로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공매도 대차잔고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28일 560만주에 달했던 네이버 대차잔고는 지난 8일 시점에는 527만주까지 줄었다. 이달 들어 매일 10만주씩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 신규 대차는 4일(11만8641주)를 제외하곤 평균 4만주에 형성되어 있다.
증권가에선 네이버가 AI와 커머스 등 신규 사업에서 빠르게 성장중인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사업이 3년전 분기 매출 1000억원대에서 최근에는 1300~1700억원대로 꾸준한 성장세"라며 "하반기엔 컬리와의 제휴, 네이버페이 사업 확장 등 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릴 요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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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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