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효과만 키운다"…조세연구원마저 비판한 세제개편안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얼빠진 국책연구기관." "철밥통."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재임 때인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놓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당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따른 반응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에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 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고 적었다.
1992년 설립된 조세재정연구원은 조세 정책과 공공지출 등을 조사·연구하는 국내 유일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지역화폐를 비롯한 현안에 소신을 굽히지 않아 종종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재차 포문을 열었다. 정부가 발표 세제개편안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발간한 재정포럼 8월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세제개편안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오 연구원은 우선 과표구간별로 1%포인트 인상한 법인세율 인상부터 꼬집었다. 그는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세제개편"이라며 경제성장이 정책 목표라면 세율 인상은 상충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2025년 개편안에 따르면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에서 27.5%로 오른다. 이는 OECD 평균(24.2%)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는 “명목세율이 투자의사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경쟁국 대비 높은 세율은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촉진할 수 있다”며 “국제 흐름을 모니터링해 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단계 누진 구조인 한국의 법인세 체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오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단순 세율 체계와 달리 복잡한 구조는 기업 성장 유인을 저해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제지원은 기업을 ‘작게 머물게 하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단계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이후는 경쟁에 맡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공지능(AI)을 뒤늦게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한 점도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2016년 알파고 대국 이후 미국·중국 등 주요국은 AI 투자에 속도를 냈는데, 뒤늦은 지정은 아쉽다”며 “세액공제 대상 기술을 세세히 열거하는 현행 방식이 혁신 지원에 적합한지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강화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양도세 부과 기준을 종전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넓힌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소득이 아닌 특정 종목의 보유금액을 기준으로 과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과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과세 기준 시점 전후로 매도·재매수를 반복해 회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고, 연말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배당을 환류 소득에 포함한 것도 지적했다. 그는 “이미 과세한 소득에 추가 과세하는 징벌적 성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와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연장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신용카드 공제는 과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이미 목적을 달성해 축소 또는 폐지 대상”이라며 “세 부담 우려로 일몰 연장만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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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