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열흘 만에 1500만원 벌었어요"…개미들 신났다 [종목+]
주요 화장품주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동반 하락했다. 증권가는 실적이 주가를 가르는 장세가 펼쳐진 만큼 선별적 접근을 권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L 화장품TOP3플러스'는 최근 일주일간 9.23% 하락했다. 이는 국내 상장 상장지수펀드(ETF) 총 1008종 중 TIGER K방산&우주(-9.62%), KODEX K방산TOP10(-9.3%)에 이어 낙폭이 3번째로 크다. 이 ETF는 국내 화장품 산업 관련 밸류체인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 실리콘투,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등을 담고 있다.
달바글로벌은 지난 8일 장 마감 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고 공시했지만 증권사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을 20% 밑도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였다. 한국콜마도 같은날 증권가 예상치를 밑돈 735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내놓으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두 기업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각각 28.85%, 21.94% 하락했다.
실적이 나쁘지 않아도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배 넘게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컨센서스와 비슷한 수준에 시장은 냉혹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부터 직전 거래일까지 주가는 약 8.98% 밀렸다. 코스맥스의 경우에도 2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음에도 최근까지 27% 넘게 급락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608억원이었지만 컨센서스 대비로는 4% 밑돌았다. 미국 시장에서 적자 폭을 확대했다는 점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에이피알의 경우 지난 6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약 14% 뛰었다. 회사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1.9% 늘어난 84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증권사 컨센서스(592억원)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 에이피알은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화장품 업종 시가총액 1위(14일 종가 기준 8조1224억원)에 올랐다.
탄탄한 수출 실적으로 현재 화장품주 전반적인 업황은 개선세다. 올해 1~7월 한국 화장품 수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전 세계적 인기몰이에 K콘텐츠뿐 아니라 K뷰티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소형 기업들은 북미 시장 등지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좋고 세련된 화장품들을 내놓으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국 관세·한국 세제 개편안 실망감에 유가증권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실적 발표에서 컨센서스를 웃도는지 여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단 분석이 나온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그 전에는 실적 컨센서스 상·하회 여부와 주가 흐름이 크게 연결되지 않았는데, 지난 1일 이후 발표 기업들은 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화장품 업종이 대표적 사례"라며 "에이피알처럼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한 곳은 급등했지만, 한국콜마·달바글로벌·코스맥스처럼 밑돈 곳은 크게 하락했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에도 8월 초 증시 충격 이후 화장품 업종에서 비슷한 패턴이 있었는데, 올해는 특히 수출 모멘텀이 강한 신흥 화장품주들의 영향력이 커진 게 차이점"이라며 "글로벌 증시 충격 이후 실적 민감도가 커져서, 앞으로 화장품 업종 이익 전망 변화가 주가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실적이 선별 매수의 핵심 기준이 됐단 분석이다. 때문에 증권가는 화장품 업종 주가가 향후 이익 전망 변화에 따라 뚜렷한 차별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의 경우 독보적인 실적 차별화를 보이면서 화장품주 동반 하락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K뷰티 브랜드 '메디큐브'의 글로벌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경쟁력에 기반한 K뷰티의 수출 성장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브랜드사와 제조사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추가로 확장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 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제품 1개 라인에서도 품목 수(SKU)가 수십가지에 달하고 신제품 출시도 잦다. 뻗어있는 가지가 많은 만큼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며 "실적 부담 없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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