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거액 스톡옵션 행사에도…개미 칭찬 쏟아진 메리츠금융 [종목+]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대규모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는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해 8월26~30일 주당 1만1430원의 가격으로 99만2161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실제 주식을 교부하지 않고 현금으로 차액을 보상받는 방식의 행사다. 당시 주가가 9만3000원이었다는 점에서 평가차익은 81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014년 메리츠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김 부회장은 2015년 3월 보통주 123만2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지만, 자사주 소각 등에 따라 행사가능 수량이 조정됐다. 행사 기간은 지난해 말까지였다.
같은 시기에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과 권태길 메리츠캐피탈 대표도 지난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최 부회장은 주당 2만8200원의 가격으로 42만6953주를 행사해 평가차익은 278억원 수준이다. 권 대표는 1만1430원에 13만3501주를 행사해 110억원의 평가차익을 봤다.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 소식에도 메리츠금융 주가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주식시장에서 메리츠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2.41% 오른 12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 대비로는 18% 넘게 올랐다.
통상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는 주가에 악재로 해석된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이 주식을 팔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주가의 고점 신호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리츠금융 주주들의 반응은 이례적이다. 메리츠금융 인터넷 종목토론방에선 "주주들에게 이 정도 수익을 안겨줬으면 성과를 가져가는 게 맞다" "국내 주식 중 거의 유일하게 장기투자가 가능한 종목" "한국의 벅셔해서웨이 같은 기업" "경영진들이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표본이 되는 기업"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메리츠금융은 김 부회장 취임 이후 순이익이 2014년 2376억원에서 지난해 2조3344억원으로 10배가 늘었다. 메리츠금융 주가는 2014년말 9000원에서 지난해 말 10만4000원으로 12배 가까이 뛰었다.
메리츠금융 주가 상승 배경에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 이전부터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설정하며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순이익의 53%를 주주환원에 사용했고 지난 6일에는 12만7400원의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등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이 나올 때 되레 두 자회사(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를 상장 폐지하고 지주를 중심으로 뭉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감액배당을 도입한 것도 메리츠금융이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바꿔 주주에게 돌려주주는 것인데 '자본 거래로 인한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비과세다. 배당소득세 15.4%를 안 뗀다. 메리츠금융은 2023년 자본준비금 2조1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감액배당을 단행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3년 내 연결 당기순이익 3조원을 달성할 것이라 개인적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당순이익이 꾸준히 성장하고, 자사주 매입을 병행한다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멀티플로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메리츠는 장기간 높은 수익률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로 장기투자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벅셔해서웨이 같은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메리츠금융의 향후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메리츠금융의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신한투자증권은 14만3000원, 미래에셋증권은 13만6000원으로 각각 목표주가를 올렸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 PER이 7.2배로, 목표 PER 10배를 고려하면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며 "경영진이 향후 2∼3년 내 약 3조원의 연결 순이익 달성을 예상하며 추후 기대치에 부합하는 증익이 가시화될 경우 목표주가 추가 상향 여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