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미·일 금융정책 변화에도 둔감한 이유는?

중장기 환율을 결정하는 수급 요인이 균형을 이루며 변동성을 억제하는 모습이다. 현재 엔화 환율은 1달러당 140~150엔 범위 내에서 횡보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달러 강세 시정 요구와 금리 인하 압박에도 뚜렷한 추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7일 보도했다.
지난 8월 22일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의 발언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파월 의장이 "정책 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자,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일시적으로 146엔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곧바로 147엔대로 되돌아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해임 통지서를 발표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했음에도 엔화 환율은 일시적인 상승에 그쳤다.
미·일 금리차와 엔화 환율 간의 연동성이 약화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미·일 금리차는 축소되는 추세지만, 엔화 환율은 뚜렷한 강세 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달러 대비 엔화 매수 포지션은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과거 엔화 강세 국면에서는 헤지펀드의 엔화 매수에 손실을 본 일본 수출 기업들이 엔화 매수에 나서며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하지만 현재는 기업들의 엔화 매수 움직임이 미미한 상황이다.
일본재무성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업 동향을 반영하는 무역·서비스 수지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1월에는 중국 춘절 등의 계절적 요인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2월 이후에는 소폭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 엔화 매수와 매도 요인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미즈호 은행의 가라가마 다이스케는 "엔화 환율을 전망할 때 미·일 금융정책뿐 아니라 수급 환경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화 환율이 140~150엔 범위에서 횡보하는 배경으로 수급 요인의 균형을 꼽았다.
물론 미·일 금융정책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라 증권의 고시미즈 나오카즈는 "정책 스탠스 변경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표현은 시장에 큰 금리 인하 폭이나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적극적인 엔화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 결국 수급 균형이 엔화 환율의 안정 장치 역할을 하면서 엔화 환율의 둔감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
등록일 00:31
-
등록일 08.27
-
등록일 08.27
-
등록일 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