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이 사기꾼 도피처냐”···피해자 몰래 ‘파산’절차 밟는 전세사기 임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26일 “전세사기 임대인이 피해자들 몰래 법원에 파산절차를 진행했다”며 임대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법원이 전세사기에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법원이 전세 보증금 반환 채권에 대해 ‘비면책’ 결정을 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민달팽이유니온 등 3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세사기 임대인 A씨가 지난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다가구주택 3채의 세입자 60여명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지난 1월부터 잠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법원에 세입자들 몰래 파산을 신청했고, 지난 7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피해자들은 미반환 보증금은 A씨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여서 파산에 의해 면제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A씨가 “계획적·악질적 사기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A씨는 파산 절차 돌입 직전인 지난 1월까지 마지막 공실에 새 전세세입자를 받았다. A씨는 마지막 세입자 입주 직후 잠적했고, A씨 건물을 맡아 중개하던 공인중개사도 그때쯤 부동산을 폐업하고 도주했다.
이날 회견에서 피해 세입자 이서현씨는 “임차인 대부분이 2030대 청년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대출’을 받았다”며 “건물을 도맡아 중개하던 중개인은 특정 은행과 직원을 지정해줬다”고 했다. 이어 “대출을 내준 은행 지점은 피해주택과 거리가 멀어 본사에서 해당 대출이 어떻게 승인된 것인지 감사까지 나왔다”며 “임대인·공인중개사·은행의 조직적 구조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해 세입자 전혜진씨는 “피해자들은 당장 거주할 집이 없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며 “정신적·경제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저 역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는 결코 단순한 경제적 실패가 아니며, 수십명의 세입자를 속여 보증금을 편취한 후 파산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명백하고 악의적 사기”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A씨의 파산 이후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보증금 반환 의무)을 면책하면 피해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된다. 피해자 상당수는 전세사기특별법에 의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A씨의 파산이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의 면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법원이 ‘비면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 세입자 한모씨는 “저에게 보증금은 갚으면 그만인 돈이 아니라,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청년의 몸부림이며 악착같이 살아가고 싶은 흔적이자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이 파산했다고 보증금 반한 채권이 면책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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