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리가켐 지분만 1조...주가 재평가 받을까 [최만수의 스톡네비게이션]
‘초코파이’로 유명한 오리온은 그동안 증권가에서 국내 대표 식품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바이오업체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리가켐바이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분가치가 1조원이 넘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지난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12% 떨어진 9만7100원에 마감했다. 올들어 5.18% 하락했다. 주가는 2014년1월 이후 8만~10만원대를 맴돌며 제자리 걸음하는 중이다.
오리온이 지지부진한 사이 지난해 인수(지분 25.73%)한 리가켐바이오의 주가는 2.3배 급등했다. 그 결과 리가켐바이오의 시가총액은 4조4848억원으로 모회사 오리온(3조8390억원)을 역전했다.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 지분가치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리온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공감대가 증권가에서 확산하자, 가치투자 전략으로 유명한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오리온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작년초만해도 오리온의 바이오사업 전문성 부족, 리가켐바이오와 제한적인 사업 시너지 등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부진했다”며 “리가켐바이오의 현금이 크게 부족하지 않고, 기술수출 성과가 수익으로 인식되고 있는만큼 시장의 우려는 과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가켐바이오 지분가치 사실상 '0'리가켐바이오는 글로벌 바이오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의 국내 대표업체로 꼽힌다. ADC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단 평가다. 그동안 매년 1건 이상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두루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지금까지 누적으로 기술이전 계약 14건을 체결했고, 총 계약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한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ADC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리온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10배로 바이오주는 커녕 식품주 평균(17.8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리가켐바이오의 지분가치를 아예 ‘0’으로 간주해도 저평가됐다는 얘기다.
바이오사업과 별개로 오리온은 K-스낵’ 대표주자로서 본업인 식품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1003억원으로 전년(2조9124억원) 대비 6.5%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6.1%·매출 증가율), 베트남(8.1%), 러시아(14.1%) 등 오리온 해외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시장에서 ‘꼬북칩’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포인트다. 올해 꼬북칩의 미국 매출은 2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에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해외 매출 비중이 66%에 달하기 때문에 내수경기 침체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높은 현금 창출 능력을 통한 주주환원, 중국 경기 부양에 따른 매출 증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15만원으로 제시했다.
최만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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