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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 불가피"…대출 규제·탄핵 국면 덮친 건설주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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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주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공백에 더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뛸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치솟은 환율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마저 뒤로 밀리자 투자심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GS건설은 0.29% 내린 1만69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4.7% 빠졌고, 지난해 기록한 최고가(8월27일 2만1750원)와 비교하면 22.02%나 하락했다.

다른 건설주 주가도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최고가(8월26일 2만8200원)보다 40% 넘게 떨어진 HDC현대산업개발(-41.70%)을 비롯해 대우건설(-36.65%), 현대건설(-27.50%), DL이앤씨(-30.69%) 등이 직전 최고가 대비 두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기관투자가가 주로 건설주를 팔고 있다. 기관은 최근 한 달간 현대건설 주식을 2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또 이 기간 HDC현대산업개발(-305억원), 현대건설(-233억원), DL이앤씨(-77억원), 대우건설(-53억원) 등도 순매도했다.

지난달 비상계엄 발령 이후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건설주 투자심리가 크게 제약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 완화 방향의 부동산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대표적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재건축 특례법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등이 지목된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주택 정책 스탠스는 담보인정비율(LTV)의 단계적 완화, 안전진단 면제 등 규제 완화로 대표된다"며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주택 정책뿐 아니라 사회간접자본(SOC) 발주 등 공백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정국 불안에 건설사들은 연간 아파트 분양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114 REP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25만세대로 전년 대비 17.7% 늘었지만 올해 계획 물량은 15만7000세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REPS를 통해 확인되는 분양 물량은 주요 건설사들의 연간 분양 계획 물량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합산한다.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 건설사들이 연간 분양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안이 지속되면서 건설업의 주가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최근까지의 하락폭은 펀더멘탈(기초체력) 대비 과도하지만, 투자자들의 무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건설 공사비 상승 압력이 확대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원화 가치는 급격히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7일엔 148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1440원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지만 계엄 발령 전날 종가(1401.7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40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은상 연구원은 "건설 공사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자재비는 운송비와 원자재 수입 비용 등 직·간접적으로 환율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번 계엄 사태는 정책 드라이브의 부재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건설 공사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급등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마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이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선 동결을 결정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돼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다만 연내 금리 인하 방향이 유효한 만큼,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이 완화되고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실적도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경기 부양에 한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으로,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은 유효하다"며 "건설 업종의 반등을 위해선 우선 조달 비용이 하락할 필요가 있고, 이는 결국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력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정국 불안에 따른 부동산 정책 공백 우려는 지난해 12월 대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현재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시장에서 많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각사에서 올해 가이던스를 발표하는 시점이 부진의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고,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부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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