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눌린 경기 지표…해상운송료 올들어 15% 하락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지표들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해상운송료 지표가 올들어 15%가량 빠졌고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해 ‘닥터 코퍼’로 통하는 구리 가격도 내리세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라 교역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달러 효자' 역할을 하는 해운사 실적도 훼손되는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59.86포인트 내린 2130.82로 집계됐다. 올들어 14.9%가량 하락했다. SCFI가 2100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22일 이후 8주 만에 처음이다. SCFI는 지난해 12월에 2400선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해상운송료 지표가 빠지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 전 세계 교역량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에 60%,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관세 부과는 보복 관세를 불러오는 등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만큼 세계 교역량도 큰 폭 위축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세계 교역량이 0.36~3.6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주도국인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46~1.14%포인트 깎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7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IMF는 “미국 새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도 석 달 새 6%가량 빠졌다. 30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구리 현물은 지난 20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t당 9043.5달러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88.5달러(0.97%) 내렸고 최근 석 달 새 5.7%(549달러) 내렸다. 건축과 설비, 송전 등에 두루 쓰이는 구리는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로 통한다. 철광석 리튬 유연탄 가격 지표도 2023년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에서 헤매는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안전 자산으로 통하는 금값은 올들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20일 런던 금시장에서 금 현물은 트로이온스당 2707.7달러로 올들어 4%가량 뛰었다. 지난해 10월 30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2789.73달러)를 기록한 급값은 이후 25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