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 뚫은 코스피 향배는…"투자 섹터 넓혀 주도주 선별해야"
코스피지수가 지난 10일 3600선을 넘어서자 증권사들이 잇달아 연말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우려로 증시가 조정받고 있지만 연말까지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일각에선 반도체, 바이오, 조선, 방위산업, 금융지주 등 다양한 섹터로 투자 대상을 넓혀 불확실성을 줄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 “순환매 상승장 이어질 것”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요 증권사는 연내 코스피지수 상단 전망치를 잇달아 올렸다. 메리츠증권은 가장 높은 수준인 3000~3880을 제시했고 하나증권은 3570~3800을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4분기 전망으로 3250~3700, 신한투자증권은 3200~3700을 제시했다. 올해 초 주요 증권사가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를 2250~3200으로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눈높이가 크게 올라간 셈이다.
코스피지수는 추석 연휴 직전인 2일 3549.21에 마감하며 당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연휴 직후인 10일에는 3610.60으로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367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반도체주 강세를 이끌었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올해 남은 기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환경이 증시에 우호적이고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도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어서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다시 진입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주도의 주주환원 확대 분위기 등 정책적 요인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국내 증시는 일부 기업 실적에 의존해 실적 변동성에 따라 박스권에 갇히기 일쑤였지만 최근에는 상법 개정 등 정책 모멘텀과 수출 회복 업종이 늘어나며 여러 상승 동력이 상호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 대형주, 성장주, 저평가 가치주 등이 순환매를 통해 지수를 견인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조선, 방산, 원자력 등 이른바 ‘조방원’ 섹터의 상승세가 둔화하더라도 반도체, 바이오, K컬처, 금융·지주 업종이 돌아가며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말 예정된 APEC 정상회의도 증시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양일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정상회의를 전후해 미국이 중국 등 주요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반도체주 장기 보유 추천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는 투자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조언도 나왔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화폐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시가 단기간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증권가는 실적 전망이 뒷받침되는 종목이라면 추가 매수나 신규 진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반도체주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기업의 실적 전망이 지속 상향되고 있으며 연내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을 찍을 가능성은 낮다”며 “기존 보유자라면 공급 과잉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 굳이 팔 이유가 없고, 신규 진입을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주가 조정 시 매수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등 컴퓨팅 혁신의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를 과거 AI 도입 이전 수준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투자 섹터를 넓혀 불확실성을 줄이는 전략도 유효하다. 정 CIO는 “순환매 장세에서 특정 섹터 주도주가 급등할 때 무작정 추종하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러 섹터에서 주도주를 선별해 주가가 조정받을 때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연내 이익 전망이 다양한 업종에서 개선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방산 업종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력기기 업종의 HD현대일렉트릭, 금융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 등 가운데서 유망 종목을 발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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