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AI 칩을 만들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반도체 정의와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중국이 AI 칩을 만들 수 있을지 따져보기 위해선 먼저 AI 반도체 유형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과거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범용그래픽처리장치(GPGPU)를 AI 반도체로 여기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트레이닝(학습)용과 인퍼런스(추론)용 특화 칩이 세분화됐다. 에지(단말기)용 AI 반도체도 앱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다. 인퍼런스용이나 에지용 칩은 중국이 이미 거의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문제는 트레이닝용 칩이다. 트레이닝용 칩의 핵심은 회로 미세화 기술, 여러 칩을 하나의 컴퓨팅프로세스로 연결하는 ‘스케일업’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NV링크 스위치를 기반으로 스케일업에 성공했다. 블랙웰 아키텍처에서 GPU 72개를 한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묶은 게 대표적 예다.
지난달 말 화웨이는 연례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사 트레이닝용 AI 칩 로드맵을 공개했다. 내년 4분기 출시 예정인 A950 칩 등을 엔비디아의 베라루빈 NVL144 랙 솔루션과 비교하며 컴퓨팅파워는 7배, 메모리는 15배 크다고 강조했다. 회로 미세화 기술의 한계 때문에 화웨이의 칩 하나당 속도가 엔비디아 칩의 8분의 1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성능은 스케일업 덕에 더 앞선다는 주장이다. 통신 스위치 전문 기업으로 기반 기술을 보유한 화웨이는 링취 스위치를 개발해 칩 8200개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을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엔비디아 대비 스케일업 성능이 56배 우수하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전력 소모량도 엔비디아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의 전력 공급은 여유롭다. 과잉 생산 중인 철강이나 중화학 공장 몇 곳의 가동을 중지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반도체 미세화 측면에서도 중국의 진척은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막아 중국의 반도체 제조 공정 접근을 차단했다. 그런 와중에도 중국 SMIC는 멀티패터닝 기술을 고도화해 5나노급 성능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는 심자외선(DUV) 기반 노광기를 이미 생산 중이며 EUV도 개발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높은 수율과 마진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돈 벌 목적이 아니라 중국이 국가 안보를 위해 기술을 키우고 있어서다. 이는 상업 시장 논리와 완전히 다르다.
투자자 관점에서 주의할 점은 중국 반도체 업체의 기술 성과에 과도하게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5나노 칩이든 EUV 장비든 높은 수율로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적 기업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우선으로 저마진 내수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중국은 이제 할 수 있다. 단지 경쟁력이 있을지, 지속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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