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반도체주 폭풍 매수에 코스피 최고가 랠리..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 확산
코스피지수가 2일 대형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랠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인한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 확산에 지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코스피지수는 한때 3565.96포인트까지 급등하며 지난 9월24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약 일주일 만에 다시 썼다.
이날 지수 급등을 이끈 업종은 단연 대형 반도체주다. 삼성전자 005930는 장중 9만300원까지 올라 202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
000660는 40만4500원까지 급등해 2012년 사명 변경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현재 두 기업의 코스피 상승 기여도는 60포인트 이상이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9월 반도체 수출 실적을 통해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기대 확산 속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호재까지 가세하자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에 제대로 불이 붙은 모습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은 전날 오픈AI와 메모리 반도체 협력 파트너십 LOI(협력의향서)을 체결하고,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과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접견 관련 브리핑에서 "규모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투자 재원을 조달할 때 독점의 폐해가 없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 등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산분리는 산업회사와 금융회사가 상호 지배하거나 겸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기업들의 은행 자금 사적 유용을 방지하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재계에서는 투자,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장애가 된다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금산분리를 완화하면서까지 AI 생태계 지원을 위해 투자할 것을 시사하면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긍정론을 자극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간밤에는 미국 민간 고용지표 부진에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 전망에 기술주가 급등하는 등 우호적인 대외 여건도 뒷받침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 상승했다.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8조원대 순매수에 나선 가운데 이 중 반도체주식을 1.7조원대 매집하고 있다.
9월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작년 2월 이후 최대 규모인 7.4조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삼성전자(4.9조원), SK하이닉스(1.4조원)가 주를 이룬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강한 투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석 연휴 이후 나올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 관심이 모인다. 국내 증권사에 따르면 9월26일 기준 반도체 업종의 직전주 대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폭은 3.1%로, 디스플레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아직 과거 고점 대비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유입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연휴가 끝나면 삼성전자 잠정 실적이 나오고, 미국도 월말부터 빅테크 실적이 공개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실적 가이던스를 낮출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톤이 좋게 나오면 코스피 상단이 더 열릴 수 있다"며 상단을 3650포인트로 제시했다.
위의 김 연구원은 "지난 2016년, 2017년이나, 2020년, 2022년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수출, 출하도 늘었지만 동시에 재고도 급증했던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주, 출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류는 특별한 돌발 리스크나 충격이 없다면, 2025년 하반기를 넘어서, 2026년, 2027년까지 역사상 최고의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갈 것"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코스피 상단을 3750포인트로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