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힘주는 하나금융…100% 자회사로
하나금융지주가 손자회사인 하나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하나증권이 보유한 하나자산운용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급성장하는 퇴직연금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잡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최근 뛰어난 성과를 내온 하나자산운용은 2023년 10월 스위스 UBS와의 합작 관계 청산 2년 만에 하나금융 핵심 자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하나증권이 보유한 하나자산운용 지분 전량(100%)을 매입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 절차를 대부분 마치고 이르면 이달 마무리를 목표로 금융당국 등과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편이 마무리되면 기존 ‘하나금융지주→하나증권→하나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지분구조가 ‘하나금융지주→하나자산운용’으로 바뀐다.
하나금융의 이번 결정은 다른 금융그룹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자산운용사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프랑스 아문디와 합작 설립한 NH아문디자산운용 또한 농협금융지주가 지분 60%를 보유했다. 세 자산운용사 모두 ETF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하면 자금과 마케팅 등 직접 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 하나자산운용도 그룹 내에서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다. 올 7월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사업 본인가를 신청한 하나증권도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 하나운용, ‘미운 오리’서 핵심 자회사로하나자산운용이 거둔 성과도 이번 개편의 밑바탕이 됐다. 하나자산운용은 2년 전만 해도 UBS가 지분 51%를 보유한 회사였다. 하나금융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려워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
상황은 2023년 10월 하나금융이 UBS 지분을 모두 인수한 뒤 변했다. 금융권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ETF와 퇴직연금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2023년 말 3900억원 수준이던 ETF 운용자산은 지난달 29일 2조2343억원으로 다섯 배 넘게 증가했다.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에도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출시 1년 만에 수익률 최상위권에 올랐다. 은퇴 시점에 따라 투자자산 비중을 정교하게 자동 조정하는 상품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핵심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하나자산운용 TDF 6개 중 5개가 동일 빈티지 상품 중 1년 수익률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하나금융은 하나자산운용을 앞세워 퇴직연금과 ETF 시장을 본격 공략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약 430조원이던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035년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노후 관리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하고 상속·증여, 건강관리 등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4위(적립금 기준) 사업자지만 하나자산운용 TDF가 나오기 전엔 자체 상품이 없어 다른 회사 펀드를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금융은 하나자산운용의 퇴직연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하나은행 내 자사 상품 비중을 7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재테크의 중심으로 떠오른 ETF 사업 성장에도 힘쓸 계획이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23년 말 120조원에서 최근 약 250조원으로 급증했다.
장현주/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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