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만에 20% 쑥"…전력기기株, 관세 우려 딛고 최고가 행진 [종목+]

전력기기 관련주가 상승세를 타고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전력 수요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매수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공급자 우위가 형성돼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직전주 마지막 거래일 1.71% 오른 5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0만2000원까지 뛰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효성중공업도 전날 장중 144만9000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LS일렉트릭(LS ELECTRIC)은 보합으로 마감했으나 장중엔 1%대 상승세를 보였다. 이들 주가는 이달에만 각각 20.81%, 16.53%, 11.07% 상승했다.
전력기기 관련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의 품목 관세 우려로 주춤했다. 미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 관세 50%가 적용되는 품목 범위를 407종으로 확대했는데, 여기에 변압기도 포함되면서다. 하지만 전력기기 관련주는 이달 들어 재차 강하게 반등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가 뛰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HD현대일렉트릭 주식을 1886억원어치 사들였고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도 각각 894억원과 467억원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관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품목 관세 50%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추가로 포함된 전력기기 제품은 변압기 하나로 배전기기·회전기기와 개폐기·차단기 등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압기 중에서도 정격용량 10MVA 이상 초고압 변압기만 포함됐다.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의 경우 관세의 최소 50%를 판매가에 전가할 수 있다는 증권가 분석도 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인 관세 영향도 제한적인 데다 에스컬레이션(원가 연동형) 계약 조건에 따라 고객과 협의를 통해 판매가 전가 등으로 관세 영향을 더욱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자 우위가 형성돼 있어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더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구글은 내년까지 클라우드와 AI 인프라 개선을 위해 버지니아에 90억달러(약 12조546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기기의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연합은 오는 2030년까지 전력망 현대화를 위해 총 5840억유로(약 955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내 전력망 40% 이상이 건설된 지 40년이 넘어 노후화되고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 계획은 전력기기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해 공급자 우위 시장 환경을 조성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호황으로 이익 개선을 경험하고 있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게 유럽발(發) 수요 증가는 '슈퍼사이클'의 지속 기간과 강도를 더욱 확대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급 여력이 분산되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은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유럽 시장에 직접 진출해 두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동시에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