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發 훈풍에…반도체 소부장株에도 볕 든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가장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를 잇달아 꼽고 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을 수탁 생산한다는 소식에 수혜 기대감이 커진데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삼성 ‘테슬라 수주’에 소부장주 훈풍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제조사 원익IPS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약 15% 급등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용 식각액 공급 업체 솔브레인과 두산테스나도 각각 5%, 24% 올랐다. 이처럼 최근 삼성전자 공급망에 속한 소부장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차세대 AI칩 생산을 삼성전자가 맡기로 하면서다. 2033년까지 22조7647억원어치를 공급하는, 삼성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다.
반도체 소부장주를 집중 매수하는 세력은 주로 기관과 외국인이다. 이달 기관과 외국인은 원익IPS 주식을 총 124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기관은 반도체 소재업체인 에스앤에스텍 주식도 146억원가량 순매수했다. 반도체 소부장주 주가가 올해 들어서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투자 매력이 더 높아졌다는 게 증권가 해석이다. 주요 반도체 소부장주는 2021년 고점 대비 40~50%가량 조정받은 상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반도체 소부장주의 기관 수급이 빈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테슬라 수주 소식이 나오자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왔다”며 “반도체 소부장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하반기에도 계속 ‘맑음’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소부장주 중에서도 삼성전자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신증권은 원익IPS와 솔브레인, 에스앤에스텍을 삼성전자 대규모 수주에 따른 대표적 수혜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두산테스나와 하나마이크론을 꼽았다. 추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가동률이 높아지면 수혜를 볼 것으로 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 이들 종목이 우선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테슬라 물량을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짓고 있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만들어질 예정이다.
향후 레거시(범용)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것이란 관측도 반도체 소부장 종목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올 3분기 5~10% 상승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한다. 가격이 오르고 업황이 회복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전방 반도체 업체가 설비 투자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후방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실적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中 반도체 굴기 수혜 기대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시설을 늘리기 위해 국내 소부장 업체들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웃돈을 주면서까지 소부장 제품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부품 세정업체 코미코와 티씨케이가 지난 6월 이후 각각 31.9%, 20.1%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의 반도체 투자에 속도가 붙고 있다”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에도 중국으로부터 발주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