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金 보유량 120조…비과세 환급·대차거래 활성화 필요”
“국내 금 보유 인구가 15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세제 개편만 병행된다면 현물 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온현성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 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KRX금시장 개설 11주년 기념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현물 금 거래의 부가가치세 환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2014년 금의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출범한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은 이날로 출범 11주년을 맞이했다. 세미나에는 온 소장을 포함해 김진 동덕여대 교수, 홍성기 LS증권 연구원 등이 참석해 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했다.
온 소장은 “민간이 보유한 순금 보유량은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미비한 비과세 제도로 인해 금의 재판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조8000억원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현재 현물 금은 KRX금시장 등 일부 거래를 제외하곤 10% 부가가치세가 매겨진다. 그는 “금 현물에 대한 비과세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 의견은 대체로 일치하지만 정책 형평성 문제로 과세 당국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가가치세 환급 대상이라도 넓어진다면 민간에 쌓인 금이 시장으로 쏟아지며 KRX 금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KRX금시장에 적용되는 조세특례 제도를 시장 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KRX금시장에는 부가가치세의 매입세액 공제 제도가 적용돼 있지만 공제 자체가 분기별로 이루어진다”며 “반면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장외거래에선 사업자에게 실시간 환급을 제공하고 있어 이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내시장과 장외시장 간 불균형이 KRX금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KRX금시장을 이용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KRX금시장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확장한 뒤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시장 신뢰도 향상을 위해 현물 금의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치 프리미엄은 원래 가상자산 시장에서 쓰던 표현이다. 지난달 KRX금시장에서 그램(g)당 금 현물 가격이 런던귀금속거래소(LBMA) 가격보다 20% 비싸지며 금 시장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홍 연구원은 “최근 김치 프리미엄이 커진 이유엔 해외와 달리 금을 이용한 차익거래가 드물다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며 “KRX금시장의 선물 거래가 활성화하면 가격 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승태 한국거래소 부장은 “김치 프리미엄 문제는 결국 시장의 금 공급량과 연결돼 있다”며 “유관기관과 협의할 내용이 많지만 한국거래소가 보유한 금 잔고를 활용해 대차거래를 일으킬 수 있게 된다면 가격 괴리에 대한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공급자(LP)로서 세미나에 참여한 한우준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대차거래가 도입되면 차입 공매도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가격 발견 기능을 끌어올리고 현물 입고 직전까지 물량을 선제적으로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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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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