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물 국채 등장하자 완판…"수익률 16%에 절세혜택"
개인투자용 국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기존에는 10년, 20년 등 만기가 긴 채권만 있어서 투자자의 외면을 받았는데 이달부터 5년 만기가 추가돼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1인당 연간 1억원이던 절세 혜택 투자 한도도 이달부터 2억원으로 늘었다.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다면 원금과 이자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개인투자용 국채의 매력이다. 이자소득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하지 않고 분리과세하는 세제 혜택도 있다. 투자 1년 이후부터 환매가 가능하고, 개인 간에는 매매가 금지되는 등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 목표로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5년 만기 등장하자 ‘완판’23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이달 11~17일 진행된 3월 개인투자용 국채 청약에 1561억원이 몰렸다. 발행 예정 금액인 12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청약은 8444건으로 전월 대비 42% 늘었다. 개인투자용 국채에서 초과 청약이 이뤄진 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청약을 흥행으로 이끈 건 이달부터 도입된 5년 만기 국채였다. 애초 정부는 5년 만기 60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1151억원이 몰리자 발행 금액을 790억원으로 늘렸다. 5년 만기 청약 경쟁률은 1.45 대 1을 기록했다. 10년·20년 만기 등 장기 국채 수요는 저조했다. 10년 만기는 애초 발행 계획인 500억원보다 적은 353억원 청약이 들어왔고, 20년 만기는 100억원 발행을 예정했지만 57억원만 청약해 미달됐다. 정부는 10년 만기와 20년 만기는 청약금액만큼만 발행하기로 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지난해 6월 도입됐다.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국채 수요를 다양화해 더 낮은 금리에 국채를 발행하려는 의도도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투자하면 이자소득 배당소득세 14%(지방세 포함 15.4%)를 분리과세한다.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높은 세율을 피할 수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이를 연 복리로 적용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표면금리는 전월 국채 10년 만기와 20년 만기 낙찰금리를 적용한다. 가산금리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결정한다. 이달 발행된 5년 만기 국채 발행금리는 연 3.035%였다. 이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 복리가 적용돼 5년간 16.11%, 연평균 3.22%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자와 원금은 만기 때 한꺼번에 지급된다.
절세 한도 2억원으로 늘어안정성이 높은 국채에 투자하는 동시에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간 개인투자용 국채는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만기가 긴 10년과 20년 만기만 존재해 오랜 기간 자금이 묶인다는 게 투자 걸림돌로 꼽혔다. 지난해 6월 제도 도입 이후 첫 두 달을 제외하면 줄곧 청약이 미달됐다. 만기가 그나마 짧은 10년 만기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이달부터 5년 만기 개인투자용 국채가 도입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오랜 기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 투자 수요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간 투자 한도도 늘었다. 이전까지는 1인당 1년에 1억원까지만 개인 투자용 국채를 살 수 있었는데 2억원으로 한도가 두 배로 커졌다.
개인투자용 국채를 자동청약해주는 서비스도 도입됐다. 기존에는 매월 초중순께 청약이 시작되면 투자자가 직접 원하는 종목과 금액을 정해 매입을 신청했다. 이달부터는 투자자가 종목과 금액을 미리 정해두면 일정 기간 자동으로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월별로 청약할 수 있는 기간도 3거래일에서 5거래일로 늘리고, 청약을 마감하는 시간도 기존보다 30분 늘어난 오후 4시까지로 변경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최소 매입금액은 10만원이다. 10만원 이상 금액에 대해서도 10만원 단위로만 투자가 가능하다. 개인투자용 국채 판매를 대행하는 미래에셋증권에서 전용계좌를 개설하면 투자할 수 있다.
매달 발행해 적금처럼 투자 가능개인투자용 국채는 매년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발행되기 때문에 적금처럼 투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달부터 5년 동안 1~11월에 매달 5년 만기 국채를 100만원어치씩 사들인다면 5년 뒤부터는 1~11월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세전 기준 116만1100원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20년 만기에 투자한다면 100만원을 투자했을 때 20년 뒤부터 한 달에 돌려받는 금액은 187만8600원으로 늘어난다. 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매달 받는 금액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불리는 방법도 있다. 한 해 투자 한도인 2억원을 개인투자용 국채 5년 만기에 투자하면 3월 금리 기준으로 5년 뒤 이자수익은 3222만원이다. 10년 만기는 7374만원, 20년 만기는 1억7572만원의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으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인투자용 국채를 중도 환매하면 금리에 대해 연복리와 분리과세를 적용받지 못한다. 중도 환매도 채권 매입 1년 뒤부터 가능하다. 개인 간 거래는 불가능하고, 정부에 환매 신청을 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처음 판매된 만큼 초기 투자자는 오는 7월부터 환매할 수 있다. 개인 간 소유권 이전은 상속과 유증, 강제집행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담보대출, 질권설정 등도 불가능하다.
나수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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