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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3만원 받던 고졸 청년, 350억 주식 부자 된 사연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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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 7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2차전지 배터리 제조의 시작점은 믹싱 장비 공정이다. 분체(활물질 등)를 믹싱 장비에 공급, 선분산 공정, 바인더·도전재 등 최종 혼합해 슬러리(Slurry·유동성을 가진 고체와 액체 혼합물)를 생산, 생산된 2차전지 소재(양극·음극 슬러리)를 저장하고 다음 공정인 코팅 공정으로 이송하는 총 4단계로 이뤄졌다.

지난 21일 찾은 코스닥 상장사 경기도 화성시 향남 공장(화성시 향남읍 발안로 702-66)에선 대형 배터리 회사와 완성차업계의 요구로 글로벌 산업 현장에 필요한 2차전지 믹싱 라인을 설계하고 장비 제작 및 공급하는 믹싱 시스템을 제작하기 위해 수십 명의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1996년 3월 태성기공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20년 7월 코스닥 상장했다.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고, 2차전지 제조 장비 중 활물질·도전재·결합제·용매를 혼합하는 믹싱 공정을 운용하는 장비와 그 시스템 판매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국내 경쟁사로는 윤성에프앤씨와 제일엠앤에스가 있다.

믹싱 장비로는 활물질 분체(Powder)를 진공펌프를 이용해서 이송하는 장치 ‘PTS’(Powder Transfer System), 액체와 분체의 혼합물을 미세화해 분산 및 유화시킴으로써 입자의 지름이 작은 양질의 교반물을 얻는 장치 ‘고속분산기’, 2차 전지 슬러리 제조 시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믹서 ‘PD 믹서’ 등이 있다. 이 장비들은 2차전지를 비롯해 화장품, 화학소재, 제약, 식품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티에스아이 “5월 천안 공장 가동 땐 생산능력 5000억 … 2년째 최대 실적 도전”

이곳에서 만난 표인식 티에스아이 대표(1969년생)는 “오는 5월 천안 공장(1만1000평)이 완공되면 믹싱 시스템 연간 생산 능력이 5000억원 이상이 된다”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장은 평택(3500평·생산 능력 1500억원)과 향남(6000평·생산 능력 2000억원)에 있는데 천안으로 제조 능력을 집중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천안에 공장동(제작, 조립, 포장, 재고보관 등)과 사무동(직원 사무실, 식당, 카본나노튜브 신사업/파일럿) 등 수주 증대에 따른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캠퍼스 간 이동 물류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천안 공장엔 약 15개 정도 믹싱 라인 생산이 가능한데, 1개 라인은 평균 10GWh로 장비가 100여개 들어가 약 3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배터리 셀사의 공격적인 투자로 장비 실적이 반영되며 지난해 최대 실적을 이뤘다. 2024년 매출 2720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으로 2019년 매출 610억원, 영업이익 58억원대비 5년 만에 각각 345.9%, 288.54%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프랑스 ACC(벤츠·스텔란티스·토탈에너지 합작사)·GM 등 15개 업체와 거래하며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표 대표는 “올해 매출 두 자릿수 증가, 영업이익 10% 이상에 도전하겠다”며 “28년 믹싱 공정 노하우를 살려 매출처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넘은 ‘매출 3000억 시대’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로보 택시 운영이 현실이 됐다”며 “원천기술 보호와 원가절감을 위해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선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내년 실적은 부침이 있을 순 있지만, 내년 3분기 이후 반등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2차전지 차세대 소재도 찜 … “CNT 분산액 파일럿 라인 가동”

그동안 장비 사업에 집중했다면 2차전지 차세대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 분산액 사업에 뛰어든다. CNT 분산액은 용매에 분산되어 있는 액상 상태의 슬러리로 2차전지 전극에 적용되어 전자의 흐름을 도와주는 소재다. 표 대표는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과 충전시간 단축, 안정성 향상에 뛰어난 CNT 분산액 글로벌 수요는 2023년 2.5억달러(약 3650억원)에서 2030년 100억달러(14조6000억원)까지 커진다”며 새 먹거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국내 경쟁사로는 나노신소재, 동진쎄미켐, 재원산업이 꼽힌다.

표 대표는 “우린 CNT 분산액 후발주자지만 기존 믹싱 장비와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천안캠퍼스 파일럿 라인이 10월 가동되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차적으로 2030년 매출 1500억원에 정조준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믹싱 시스템과 CNT 분산액 사업에서 총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투자 긍정 요인을 묻자 “유선 청소기에서 무선 청소기가 대세가 됐듯이, 가솔린차가 전기차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다”며 “2차전지 배터리 산업은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북미 프로젝트를 거의 소화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티에스아이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약 5000억원 수준이다. GM 미국 미시건주 공장에도 약 1년 전 25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고, 오는 5월부터 검수에 들어가 거래처 다변화도 긍정적이다. 티에스아이 매출 절반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발생하고 삼성SDI와 ACC가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포드, GM 등 기타업체가 20% 정도다. 또 신상문 사장과 우철호 부사장 등 LG디스플레이 출신 베테랑을 영입해 매출 증가세와 더불어 회사 체질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과 전기차 캐즘은 부담 … “자사주 매입 후 소각 검토”

다만 전기차 캐즘과 높은 부채비율은 부담이다. 현재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데, 이는 메자닌 580억원 발행 후 324억원을 상환했지만, 아직 256억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표 대표는 “상환을 위한 자금을 준비 중에 있고 추가로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 후 일부 소각도 고려 중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 131억원, 부동산 자산 726억원을 보유해 여력은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6790원으로 올 들어 34.99% 올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올해 호실적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쏠린 것이다. 총 주식 수는 2483만4821주로 최대주주는 안다에이치자산운용이다. 티에스아이 지분 약 50.3%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매출과 회사는 급성장하는데, 당시 파이낸싱 이슈(부동산 PF, 레고사태 등)로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안다에이치자산운용과 펀드 재출자에 대한 양자 간 의견이 맞아 매각 후 펀드에 재출자했다. 해당 사모펀드 지분 절반 가까이를 표 대표가 갖고 있다. 개인 자격으로 5만주도 보유해 이날 총 지분 가치로만 약 350억원으로 추정된다.

월급 23만5000원 받던 고졸, 350억원 주식 부자로

350억원 주식 부자인 표 대표는 서울 태생으로 환일고등학교 출신이다. 1987년 2월 졸업했지만 대학 진학에 실패해 같은 해 안산에 위치한 제약회사 훽스트 공장에서 독일인들과 장비·배관 등을 설치하는 일을 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표 대표는 “공장에서 외국인들과 일하는 게 재미있었는데 첫 월급이 23만5000원이었다”며 “외국인들에게 소위 말하는 조공을 하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제약사, 전자재료사 등 공장 설비를 담당하다가 1996년 3월 400만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창업한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해보니 안 맞더라”며 “힘들더라도 내 마음대로 장비 설계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MBTI가 똑같은 ENTJ라고 한다.

이어 “태성기공 창업 후 IMF 사태가 발생하며 거래 업체에서 어음 받은 게 부도가 나기도 해 속이 쓰린 적도 많았지만 사업은 언제나 오늘이 가장 힘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과거를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미래 생각만 한다”고 덧붙였다. 모두의 창업자가 그러하듯 초반엔 새벽 1~2시 출근이 예사였다. 장비에 문제가 발생해 작동이 되지 않으면 새벽 4~5시까지 설계 도면을 한참 살펴보다가 깨달음을 얻고 다시 수리를 해서 공장 가동에 힘썼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당시 태성기공은 표 대표와 직원 한 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270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28년 엔지니어 경력답게 공장 곳곳에서 꼼꼼하게 장비를 설명하고 현장 근로자들과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2010년엔 개인 기업으로 매출 200억원 달성도 했지만 2013년 3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 해외로 눈을 돌렸는데 중국 오지를 돌아가며 영업해 한 건 100억원의 대형 계약을 따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숙박업소에서 잠을 청한 후 공항에 가기 전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상해 비행기를 타기 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며 사업의 고충을 설명했다. 또 “미국, 독일, 중국 등 출장을 가면 한국 시장은 좁다는 게 제 판단이다”며 “젊은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놀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특히 “청춘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열정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즉, 젊은 시절 열정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 한 가지에 몰두한다면 좋은 성과가 따라올 것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에 선택도 한 번뿐이다”며 “비교할 수 없기에 도전하는 데 망설이지 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선택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육체와 정신이 건강해질 것이다”고 말을 마쳤다.

증권가 “R&D 비용 늘려야 … 주가 1만원 회복 가능”

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재모 아리스 대표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차전지 제조 장비 중 활물질·도전재·결합제·용매를 혼합하는 믹싱 공정을 운영하는 장비와 그 시스템을 판매하는 티에스아이는 지난해 불황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여타 장비사들과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보였다”며 “지난해 말 수주잔고가 4923억원에 달해 전방시장 투자 축소에도 양호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2차전지 시장은 배터리 셀사의 신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 원통형 배터리·전고체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 폼팩터 변화에 따른 설비투자(CAPEX)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추가 수주 기대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해 순이익 293억원을 기록했는데 반복적인 수익성이 아닐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감에도 수주잔고를 고려할 때 꾸준한 이익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주가수익비율(PER) 4.3배 수준은 과도하게 저평가 구간이다”며 “낙폭 과대 인식에 주가는 1만원 수준까지 회복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 주가 대비 47.28% 상승 여력이 있는 것이다.

다만 “2차전지 장비 시장은 다양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티에스아이의 R&D 비용은 매우 적은 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R&D를 소홀히 하면 미래 성장에 대한 가치를 받기 어렵다”며 “실제 3년간 매출 대비 R&D 비율이 0.2~0.3%로 매우 낮다”고 꼬집었다. 특히 “TSI-안다H 사모펀드가 2023년 2월 최대주주로 올라선 상태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며 “통상적으로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회사의 경우 경영권 매각 이슈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는 투자자에게 기회 또는 리스크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티에스아이는 단국대, 탑머티리얼과 함께 CNT 분산액 양산 성능 확보를 2024년 6월 1일부터 오는 5월 30일까지 약 1년간 소재부부품장비 양산성능 검증 지원사업을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폐슬러리 저감 및 60% 이상 고형분 음극 슬러리 제조를 위한 멀티 모듈 연속식 믹싱 시스템 개발도 2024년 11월 1일부터 2028년 9월 30일까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진행한다. 이외 다수의 연구개발 및 정부 과제 현황을 추진 중이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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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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