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울상인데 중학개미는 신바람…中 테크 ETF 날았다
중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한 달간 돋보이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이자 현지 기술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된 영향이 컸다. 또 중국이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정책적으로 산업 지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련 ETF에 대한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전망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최근 한 달간 중국의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는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항셍테크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 30개로 구성돼 있다. 텐센트·알리바바·비야디 등 '중국판 M7' 기업들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의 수익률이 32.85%로 가장 높았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항셍테크지수를 두 배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이밖에 'TIGER 차이나항셍25'가 19.49%로 뒤를 이었으며 'KODEX 차이나항셍테크(16.69%)' 'ACE 차이나항셍테크(16.6%)' 'TIGER 차이나항셍테크(16.5%)' 'RISE 차이나항셍테크(16.44%)' 등이 일제히 두 자릿수대의 수익률을 거뒀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달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딥시크가 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AI 모델인 메타 라마와 비교해 10분의 1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선보이면서다. 미 빅테크의 AI 독점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기대로 중국 기술주가 강세를 보였다.
또 미국과 분쟁하는 중국이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기대가 기술주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6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AI와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투자를 위해 약 1조위안(약 20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만들기로 했다. 이 펀드는 AI·양자역학·수소 배터리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창업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조윤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크 펀드 설립은 중국 기술주들의 추가 랠리를 지지한다"며 "2014년과 2019년 사례를 살펴보면 펀드 설립 발표 후 3개월 동안 랠리가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은 '딥시크 충격'이 세계를 강타한 이후 지난해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처음 소개한 국가 차원의 AI 종합 지원 강화책인 'AI+ 행동(인공지능과 다른 산업을 결합하는 전략)'을 지속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AI+ 행동을 지속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우위, 시장의 우위를 더 잘 결합하는 한편 LLM의 광범위한 응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선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기술주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산업 고도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미중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갭 축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달 홍콩 증시가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저평가 구간으로 기술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모멘텀(상승 동력)이 남아있는 중국 기술주 위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홍콩 기술주 비중이 높은 MSCI 차이나 관련 상품을 주목하거나 항셍테크지수 및 기술주 테마 ETF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뉴욕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고평가 논란이 인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의 낙폭이 두드러지며 나스닥지수는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890.01포인트(2.08%) 내린 41,911.71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5.64포인트(2.70%) 하락한 5,614.56, 나스닥종합지수는 727.90포인트(4.00%) 급락한 17,468.3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가 1만800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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