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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여서"…상장사 男직원 육아휴직 사용률 보니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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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서 육아휴직 쓰는 직원이 이렇게나 적었다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기업설명회(IR)팀 관계자는 자사 육아휴직 사용률 집계 후 이 같은 말이 절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사내 육아휴직 사용자 수와 사용률을 처음으로 집계했는데 눈으로 확인하니 남성의 낮은 제도 활용률이 체감됐다"며 "의무 공시 사항이 된 만큼 회사 차원에서도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할 듯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모든 상장사가 남녀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제도다. 현재까지 제출된 사업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기업들 사례를 살펴봤다.

남초회사라도…男 육아휴직 사용률은 '꽝'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들이 써낸 사업보고서에는 '육아휴직과 단축근무 사용률 공시항목'이 새로 생겼다. 육아휴직 사용자 수와 사용률, 임신기·육아기 단축근무 사용자 수와 사용률 정보가 추가된 것이다. 이달 올라오는 상장보고서부터가 육아휴직 사용률 공개 의무화 대상이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출산한 근로자 중 실제로 1년 안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을 뜻한다.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이들 중 얼마나 실제로 사용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앞서 지난해 11월 금감원의 기업공시서식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따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연금이 주도해 이런 서식을 추가했다.

유가증권시장 7위 완성차 업체 기아는 남성 3만3955명·여성 1792명이 재직하는 이른바 '남초(男超) 회사'다. 전 직원의 95%가 남성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률은 남성 9%, 여성 88%로 여성 사용률이 압도적이다. 다만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15%를 기록해 1~2년 전(10%) 대비 5%포인트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총 직원 수가 2570여 명인 삼성증권도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부진하다. 사용자 수만 따져보면 남성은 최근 3년간 총 7명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은 97명이 썼다. 사용률로 보면 지난해 남성은 4.88%, 여성은 91.67%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남성이 78%에 달하는 종합상사다. 다만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최근 3년간 계속 10% 미만이었다. 다만 2022년 8.3%, 2023년 9.3%, 2024년 9.8%로 해마다 소폭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3~4위를 다투는 제약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여성과 남성 모두 사용률이 타사 대비 낮았다. 지난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5%, 여성은 72%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남성은 1%포인트 늘었고, 여성은 13%포인트나 줄었다.

직원 880여명 규모 화학소재기업 국도화학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10%를 웃돈다.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최근 3년간 전부 100%를 기록했고 남성은 최저 10.7%, 최고 15.7%로 집계됐다.

절대 규모는 적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쓴 경우도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남성이 5명, 여성이 2명 육아휴직을 썼다고 공시했다. 물론 육아휴직 사용률 자체가 현저히 낮은 점은 과제다. 전 직원이 560여 명인 이 회사의 육아휴직 사용자는 2022년 6명, 2023년 3명, 2024년 7명으로 매년 1% 수준이다.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전략으로 저출산 해결"

기관과 개인 등 투자자들의 투자판단 근거인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 사용률' 항목이 포함된 것은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관이 깊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출산 장려를 위해선 육아휴직제도부터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기업들이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로 공개하게 해, 중장기적으로 이들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겠단 방침이다. 실제로 일본이 효과를 봤다. 일본은 2023년 4월부터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의무 공개제도를 적용했다. 그 결과 남성이 자녀 출생 1년 안에 육아휴직을 내는 비율이 제도 시행 전인 2021년 14%에서 2023년 30.1%로 2배 이상 뛰었다. 일종의 '네이밍 앤드 세이밍'(공개 거론해 망신주기) 전략이 통한 것이다.

장윤제 한양대 법학연구소 박사는 "상장사 공시 의무화를 통해 육아휴직 실사용률을 높이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클 것"이라면서 "국민연금도 기금 투자 시 비재무적 요소로 고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지표에 가족친화 관련 기준을 포함한 만큼, 투자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호 금감원 공시심사국장은 "공시 의무화를 통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유도하는 차원"이라며 "올해부터 적용임에도 사업보고서상 관련 내용을 기입하지 않은 곳들이 많다. 정정보고서 제출 대상으로 조만간 미비 기업들 대상으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간 정부는 관련 지원금을 늘리는 방식으로도 남성의 제도 사용률 제고에 힘써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자 중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1829명으로 2023년 대비 18.4% 늘었다. '부모 함께 육아휴직제'를 확대 개편하면서 1인당 연간 지급액이 750만원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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