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톺아보기] 트럼프 ‘말폭탄’ 한마디에…국제유가 2%대 하락 ‘검은 화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제유가를 강타했다. 유가가 곧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그의 공개적인 발언에 시장이 즉각 반응하며 유가는 2% 넘게 급락했다.
현지시간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55달러(2.39%) 떨어진 배럴당 63.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64달러를 웃돌던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63.15달러까지 밀리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0월물 역시 1.58달러(2.3%) 하락한 배럴당 67.22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시장을 뒤흔든 진원지는 백악관 각료회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가까이 떨어졌고 곧 그것을 깰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하락의 구체적인 배경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채 던진 한마디였지만 그 파급력은 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 시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자신의 정책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서 “우리는 석탄 발전소를 증설하고 있고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하고 있다”며 “원자력은 이제 매우 주목받고 있고 안전하고 저렴하며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통 에너지원의 공급을 늘려 유가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시장은 트럼프의 발언을 곧 현실화될 정책과 연결 지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는 인도를 겨냥한 미국의 관세 압박이 유가 하락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오는 27일부터 인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이는 인도의 원유 수입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인 인도의 수요가 줄어들면 유가 하방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조차 트럼프의 ‘입’을 이기지 못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유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에너지 자문사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는 “이번 주 시장의 핵심은 미국이 인도에 대한 관세를 50%로 올릴 가능성”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유가 급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를 자신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음을 재확인시킨 사건이다. 고유가는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에너지 증산이라는 두 개의 칼을 활용해 유가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시장을 움직였다. 전 세계 원유 시장이 당분간 ‘트럼프 변수’에 따라 요동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등록일 00:31
-
등록일 08.27
-
등록일 08.27
-
등록일 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