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억 투자"에 속아…영광군, 1년 보조금 절반 45억 날렸다(종합)
전남 영광군수와 공무원들을 농락해 '대마산단 기업 유치금' 45억 원을 가로챈 60대 사기 사업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64)에게 징역 8년, B 업체에 벌금 5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18년 여름 전남 영광군을 찾아가 이름만 달랑 있는 식품업체를 해외 6개국으로부터 수출 러브콜을 받는 업체라고 속였다.
A 씨는 "지방보조금을 지원해주면 대마산단 안에 만두 공장을 차리겠다"고 했다. 운영 업체는 국내 유일 만두 특허가 있고 20년간 군만두 납품에 독점권을 가진다고 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 캐나다, 남미, 호주, 러시아 등 해외에서 수출제의를 받았고 국내 기업들과도 거래하고 있다. 보조금을 주면 95명을 고용하고 493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당시 영광군수도, 투자과 직원들도 모두 이 말을 믿었다. 심지어 MOU 체결만을 가지고 '대마산단 대규모 입주·일자리 창출'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영광군은 투자유치위원회 심의를 거쳐 A 씨에게 6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2019년 4월 45억 원을 선입금했다.
그러나 사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A 씨 업체는 법인만 설립해 놨을 뿐 아무런 아무런 물적·인적 기반이 없었다. '여러 지자체와 투자 협의를 하고 있어서 어디에 만두공장을 지을 지 고민'이라는 A 씨의 말도 거짓이었다.
국내 기업들과의 업무 제휴와 외국에서 수출 제의를 받은 적도 없었다.
영광군은 뒤늦게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보조금은 '눈 먼 돈'이 되는 것으로 끝났다.
수사기관은 A 씨가 시작부터 '무자본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결론냈다. A 씨는 지방보조금을 지급 받으면 대부분 채무 변제,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처럼 비수도권에 위치한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기업 입장에선 보조금 외 지방 이전 유인이 크지 않다. 지자체는 지원 대상 기업의 자금 능력, 재정 상태를 엄격히 심사하는 것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영광군은 면밀한 조사 대신 부적격 기업에 대한 '사후적 보조금 환수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광군은 당해 연도에 편성된 보조금의 절반을 이 범행으로 잃었다. 복잡한 권리관계로 인해 이를 회수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영광군 공무원이 보조금 지급 심사를 철저히 하지 않은 과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중형을 면치 못했다.
A 씨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 절차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