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사기 온상지 된 ‘교회’… 피해액 수천억대 워너비그룹 새사업 대표는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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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대 폰지사기(다단계·유사수신) 의혹을 받는 워너비그룹의 새로운 사업 대표자가 목사에서 워너비그룹 직원으로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많은 불법 다단계 업체들이 신앙적 요소와 결부해 투자를 유치하고 피해를 입혀 교회 내 예방적 차원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19일 천지일보가 입수한 워너비그룹의 새 사업체 ‘지오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김모씨에서 이모씨로 변경됐으며, 법인의 주소지는 세종시 소재 S교회 부설 S신학성경연구원으로 설립한 곳이다. 김씨는 전영철 워너비그룹 회장이 목사로 주도하고 시무하는 S교회에서, 전 회장이 설교하지 않을 때 대신 설교하는 목사이다.
전 회장은 S교회 교단 측에 담임목사로 인정받기 위해 항소했지만, 지난 6월 기각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워너비그룹 피해자 수십명이 S교회에 찾아가 돈을 되돌려 달라고 촉구하다가 워너비그룹 그룹장(최상위 투자자)들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워너비그룹은 지난 6월 방문판매법(방판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최근 새 사업으로 메기로부터 추출한 효소로 악취를 제거한다는 ‘스팅케어사’를 모집하며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은 이전에 워너비그룹에서 진행되다 실패한 사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급이 높을수록 배당 비율을 높게 설정하고, 아이템 1코드당 55만원을 투자하면 전체 수익의 일부를 배당받는다는 다단계 방식이다.
워너비그룹처럼, 천지일보가 집중 취재한 다단계 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업체 모두 목사 등 교회와 연관돼 있었다. 아울러 피해자들 역시 교인들이 많았다.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는 회사명을 비롯해 상당수의 플랫폼명이 성경과 관련된 명칭이다. 지난 8월 말 1심에서 방판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선고를 받은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회장 역시 인천 모교회 안수집사이다. 휴스템코리아 사업설명회는 찬양과 기도로 시작하기도 했었으며, 지역본부가 설립될 때 예배도 드렸었다. 휴스템코리아 사건을 맡았다가 한 달 만에 해임된 이모 변호사는 휴스템코리아 피해자들에게 신탁받은 재산으로 피해 복구를 시켜주겠다면서 매주 광화문 인근에서 보혈찬양 집회를 열고 있다.
‘GBC인터내셔널’의 김정준 회장 역시 개신교 신자이며, 사업 초반 예배를 시작으로 업무를 진행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케이삼흥의 경우 피해자 단톡방 방장이 목사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다가 폰지사기로 의심이 들어, 지난 3월 발생한 원금 및 배당금 미반환 사태 이전부터 단톡방을 개설했다고 밝힌 바 있다. 5천억원대 코인 투자금을 불법으로 유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와콘’ 역시 핵심 피의자 염모씨가 서울 소재 대형교회 부녀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에게는 신앙적 조언을 하면서 여러 가지 핑계로 주기로 약속한 원금 및 배당금을 돌려주지 않고, 수차례 기다려달라고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1조원대 다단계 사기 IDS홀딩스 미래지점장으로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남모씨는 사기친 돈 중 약 8억여원을 교회에 헌금하기도 했다. 남씨는 일산 소재 모교회의 집사로서 미얀마 선교팀장도 역임했다. 남씨는 2014년 10월에 IDS홀딩스 미래지점을 개소했는데 개소식에 모교회의 담임목사를 초빙해 축하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또 4조원대 피해를 키운 KOK 사건의 피해자 중 일부는 목사에게 “여기 투자해라”는 말을 듣고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피해자연대 고문인 이민석 변호사는 “금융피해자연대 회원들 중 절반은 교인들”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종교집단이고, 교회나 성당의 경우 사교 공간으로 이용되며, 사업 관련 얘기가 오가서 사기에 취약하다. 특히 금융사기에 취약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경에도 예수님이 성전을 장사하는 곳으로 만들지 말라고 하셨는데, 예수 믿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교회 내에서 ‘다단계나 투자 관련 얘기 금지’라고 써 붙이는 등 자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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