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으로 400억 부자 됐다…30대 목사 아들 비결은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2030년 내 글로벌 1등 자율주행 라이다 업체가 되겠습니다.”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1986년생)는 지난 24일 기업 청사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회사는 자동차, 로보틱스, 스마트 인프라 등 다양한 산업에서 라이다 기술로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을 만들자는 기업 이념을 가지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다.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인 라이다(RiDAR)는 레이더(RADAR)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물 인식 방법에서 차이점이 있다. 라이다는 고출력 레이저를 발사해 레이저가 목표물에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 간 거리와 형태를 파악한다. 레이저로 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신호가 잘 보이고 빛의 파장이 짧아 섬세하게 정밀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 3D 지형이나 장애물 인식에 적합하다. 단점은 라이다가 외부에 노출된 경우 내구성과 데이터 성능에 취약한 것이다.
반면 레이더는 전파를 쏴서 물체에 맞고 되돌아오는 데이터로 물체의 거리, 속도, 방향 정보를 파악한다. 전방 측정 시 정밀도는 떨어지지만 악천후에 빛을 발한다. 또 주행 방향이 아닌 모든 방향으로 측정이 가능하고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감지하는 데 유용하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차량에서 라이다는 주행 경로와 지형 정보를 수집하고 레이더는 근접한 장애물과 다른 차량을 감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율주행차 시장 개화 가능성 … 신기술 개발 노력”용인 R&D센터(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수로 767 분당·수지 유타워 지식산업센터 A동 1810호)에서 만난 정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대선 때 도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에 대해 건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자율주행차 시장 개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테슬라 등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양산이 본격화하면 라이다 쓰임새도 늘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R&D) 강화로 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사업 분위기를 전했다.
아르고가 2022년 10월 폐업하고 이베오 오토모티브 시스템즈가 파산을 하는 등 라이다 글로벌 경쟁업체가 자금난으로 몸집이 줄고 있을 때, 에스오에스랩은 지난해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중국산 라이다가 미국인을 감시하고 민감한 인프라를 중국에 전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며 美·中 기술 경쟁에서 한국 업체가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라이다 시장 규모는 2023년 19억5000만달러(약 2조7933억원)에서 2033년 137억4000만달러로 7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쟁사로는 오토앤, 카네비모빌리티, 오토닉스 등이 꼽히지만 라이다 사용처가 다르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우린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루미나, 이스라엘 이노비즈, 중국 로보센스 등과 어깨를 견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항 야외 자율주차 관제 프로젝트 수주” … 스마트시티 사업도 속도라이다의 경우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적용 가능하다. 정 대표는 “지난해 김해 공항 야외 자율주차 관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며 “주차면마다 센서를 설치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한 대의 센서로 최대 50대 주차 공간 관제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김해와 여수 공항 관제 시스템을 수주했는데 규모는 총 40억~6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김수현 DS증권 연구원은 “2곳 외에 남은 14개 공항이 영업 대상인데 남은 14개 공항 관제 시스템 사업을 수주하면 총 700억원 매출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가로등, 신호등, 주차장에 라이다 설치를 통해 차량 유동량과 주차장 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라이다 기반 산업 안전 및 보안 솔루션 인프라 분야에서는 2023년
15억원 매출에서 2026년 325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로봇 시장 내 라이다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에스오에스랩은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과 모바일 로봇 플랫폼 양산 모델 내 3차원(3D) 고해상도 라이다 ‘ML-X’를 납품 최우선 순위로 채택하는 협약을 맺었다. 또 사람 대신 웨이퍼를 운송하는 반도체 로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에 국내 유일 현장 맞춤형 2D 라이다 GL을 납품하고 있다. 자율이동로봇(AMR)과 자동유도로봇(AGV)에도 라이다가 필요한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순찰로봇 전문기업 도구공간에 AMR 장애물 및 지도 기능 구현을 위한 2D 라이다 GL을 납품 중이다. 로봇 산업이 협동로봇에서 주행로봇, 배송로봇, 휴머노이드 등 고도화된 로봇들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사측은 1~2년 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 DS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모바일 로봇 자율주행 탑재 가능성도 올해 높은 편이다”며 “로봇 1대에 2개의 라이다가 탑재되고 대상 로봇은 올해 4000대부터 점진적으로 8000대까지 증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 매출 규모는 최대 25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주차 로봇 시장도 도전장” … 에스엘·엠씨넥스 등과 협력정 대표는 “주차 로봇 회사들과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사업 논의를 하고 있다”며 “내 차가 어디에 있는지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주차를 한다면 삶이 더 편리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완성차에 들어가는 라이다는 1개당 평균 100만원 이하라고 한다. 다만 전방 장거리용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가격은 낮아지면서 사방을 볼 수 있는 어라운드 카메라 총 5대가 들어가 쓰임새가 많아질 수 있다. 또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2~3년 내 자동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의 라이다 부품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에스오에스랩은 지난 23일 에스트래픽과 스마트톨링 시스템용 라이다 센서 독점 공급을 전제로 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마트톨링 시스템이란 교통·인프라 산업의 차세대 요금 납부 수단인데 하이패스 단말기 부착 여부와 상관 없이 무정차로 요금을 납부할 수 있다. 오는 3월까지 제품 검증을 위한 모든 테스트를 완료하고 연내 본계약 체결이 목표다.
특히 글로벌 광산 채굴 기업과 광산 및 갱도 내부 채굴용 라이다를 개발 진행 중인데 연내 양산 공급 예정이다. 또 국내 방산용 야지 무인차량용 라이다는 단가 협의 중인 거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로봇 분야에서 라이다 매출을 2023년 7억원에서 2027년 213억원까지 높인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차량 내 다양한 위치에 장착 가능한 라이다 개발에 착수해 2022년 소형화된 라이다 ML-X를 단독 개발했다. 에스엘에 ML-X 라이다가 탑재된 차량용 램프를 제작 및 판매하고 있다. 또 2021년부터 엠씨넥스, HL클레무브, 한국자동차연구원, 서울로보틱스 등과 라이다 공동 개발 컨소시엄을 체결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과는 전면부 그릴 장착을 위한 라이다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 강자다.
지난해 6월 25일 코스닥 기술특례상장했는데 당시 일반 투자자 청약 경쟁률에서 2166.13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청약 증거금으로만 6조2276억원이 몰렸다. 기관 경쟁률 또한 1072 대 1을 기록해 최종 공모가는 희망 범위(7500~90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1500원에 확정됐다. 상장 첫날 2만1100원까지 올랐지만 장대 음봉을 보이며 1만4420원에 거래를 마친다. 이후 주가 내리막길을 걷다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2830원으로 석 달 전 저점인 2024년 11월 1일 5040원 대비 155.07% 폭등했다. 최근 주가 상승 이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율주행차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인한 것이다.
수십억 적자 여전 … 신규 투자자는 참고해야다만 실적은 부진하다. 2021년 매출 12억원, 영업손실 70억원에서 2023년 매출 41억원 영업손실 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36억원, 영업손실 91억원이라 흑자는 요원하다. 아직 숫자로 보여줄 만한 실적이 없고 최근 주가가 급등했기에 세력의 차익 매물이 나오면 신규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기초체력(실적)이 부실하면 정글(증시)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이를 지적하자, 정 대표는 “자율주행차 기술 고도화와 로봇 산업 라이다 적용 속도가 빨라지면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아직 시장이 블루오션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익 내는 것보다 투자에 집중해 씨를 뿌리는 게 중요하다”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라이다 1등이 되기 위해 성장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다. 오는 4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뛰고 있다.
기술을 중시하는 그는 라이다와 관련된 모든 행사는 적극 참여한다고 한다.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도 8년 연속 참가했다. 특히 올해 CES 혁신상에 선정된 초고성능 라이다 ‘ML-U’는 라이다 활용 주차 안내 시스템(LPGS)과 함께 글로벌 기업의 이목이 집중됐다. ML-U는 정밀 탐지에 특화된 자율주행차 3D 고정형 라이다로 딥러닝 기반 자체 색상화 기술을 적용해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라이다 데이터를 제공한다.
LPGS는 라이다를 활용해 야외 주차장의 빈 주차면을 실시간으로 검출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가로등의 시설물에 쉽게 설치가 가능하고, 단일 센서로 최대 약 50면까지 감지할 수 있다. 99%의 인식 성공률을 자랑해 지난해 국토교통부 업무 혁신 우수 사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에스오에스랩은 라이다 관련 특허 88건 등록과 70건을 출원했고, 정부·기관·기업 수행 과제를 149건 해냈다. 라이다 기술 관련 수상 실적은 25개고 2021년 세계 4대 라이다 업체에 선정(2021년 LED인사이드)되기도 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의 비결엔 전체 인력 중 R&D 인력 비중이 67.1%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다”며 “이 회사들과 거래가 많아질수록 해외 기업들과 계약도 따내기 수월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미국의 중국 견제로 ‘메이드 인 코리아’ 라이다가 이름값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 주식 수는 1768만1830주로 최대주주는 정 대표(지분 19.23%) 외 공동 창업자 3인이 지분 24.67%를 갖고 있다. 한국증권금융 5.14%, 외국인 0.34%로 유통 물량은 약 70% 정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262억원), 유형자산 27억원이다.
수험생 과외·주말 강사 뛰며 생계 이어간 삼둥이 아빠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공학부 박사수료한 정 대표는 2016년 6월 22일 동료 박사 세 명(김동규, 장준환, 황성의), 박기환 교수와 자본금 1000만원으로 에스오에스랩을 창업했다. 당시 그는 수중에 있던 600만원을 털었는데, 현재 보유 지분 가치는 436억원에 달하는 39세 주식 부자다. 아직 졸업은 하지 않았고 휴학생 신분이다.
멀리서 보면 천국, 가까이서 보면 지옥일까. 정 대표는 GIST 기숙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도 하며 밤샘 연구에 매달렸다고 한다. 창업 초기 월급이 없다 보니 오후 10~11시 수험생 과외 수업과 토요일 코딩 보조 강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400억~500억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을 때도 GIST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신기술 개발에만 몰두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현재 광주광역시 첨단 인근 아파트에서 전세로 거주하며 기술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고 한다. 아버지가 목사인 그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월 2회 이상 축구를 즐기며 체력 관리를 한다.
정 대표는 “2018년 2억원 첫 투자를 유치하고 이어 68억원 대형 투자가 들어왔을 때 잠깐 위기였던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금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는데 투자금 입금일보다 직원 월급날이 더 빨라 카드값 등 여기저기 비상이었다”며 “동료들이 십시일반 목돈을 깨서 겨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아직 성공은 못했지만 아내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많은 시간 방황을 했을 것 같다”며 지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세 아들을 둔 그는 지금도 아이들과 많이 못 놀아준 게 미안하다고 한다.
“기우제는 비 올 때까지 지내면 실패 안 해 … 단, 굶어 죽으면 안 돼”청춘들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세상에 안 좋기만 한 일은 없다”며 “장점만 보고 극대화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거두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답했다. 그는 “모든 것에는 밝고 어두운 것이 있는데 이미 노출된 위험은 위험이 아니고 더 성장시켜 주는 좋은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을 하는 편이다”고 노하우를 알려줬다.
특히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춘들에겐 아프리카 어느 지역에선 기우제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그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비가 오기 전에 굶어 죽으면 삶이 끝나기에 현금 흐름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제 별명이 ‘몸빵’인데 동료들이 밤새 고생해서 만든 기술을 저는 어떻게 해서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DS증권 연구원은 “창업 후 상당히 빠른 기간 내 삼성·현대자동차·포스코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게 인상적이다”며 토종 라이다 개발사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 관련 매출이 발생하면 올해 매출 132억원, 영업손실 77억원을 예상한다”고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와 자율주행 개화 지연으로 많은 업체들이 파산했는데, 美·中 갈등으로 중국의 수출 금지 제한 목록에 라이다가 포함됐다”며 “이는 에스오에스랩의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고 판단했다. 또 “라이다 소형화를 위한 핵심 부품 설계 기술이 내재화되어 있어 자율주행, 로봇, 반도체 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상장 이전부터 10여개가 넘는 보고서가 쏟아졌지만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없었다.
윤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
등록일 07:58
-
등록일 07:37
-
등록일 07:27
-
등록일 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