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절에 술 안마시나…맥주기업들 "우울하네"

중국 맥주 기업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맥주 소비국이지만 최근 경기 침체,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30일 중국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중칭맥주가 이달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7일 55.24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본토 증시는 설 연휴 기간(1월28일~2월4일) 6거래일간 휴장한다.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한 달 간 약 13% 급락했다. 칭다오맥주도 이 기간 12.83% 떨어졌고, 홍콩 증시에서 화룬맥주(6.37%)와 버드와이저 APAC(3.37%)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덴마크 맥주업체 칼스버그가 최대주주(지분 60%)로 있는 충칭맥주는 작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1% 감소한 42억위안, 모기업 귀속 순이익도 10.10% 줄어든 4억3100만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내수 위축에 전통적인 맥주 성수기인 3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칭다오맥주 역시 3분기 매출이 88억9100만위안, 모기업 귀속 순이익도 13억48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8%, 9.03% 낮았다. 판매량도 같은 기간 5.1% 감소했다. 버드와이저 APAC도 3분기 매출이 17억500만달러로 10.12% 감소했다. 순이익은 2억1000만달러로 31.82% 급감했다.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량이 14.2% 줄어들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

경기 침체에 내수 소비 위축 영향으로 작년 3분기 전체적인 소비가 감소하면서 술과 담배 등의 판매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작년 중국 소매판매는 48조7895억위안(약 9650조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여러 소매점 판매 수치로 내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2023년11월 10.1%에서 12월 7.4%, 지난해 1월 5.5%로 떨어진 뒤 1년 내내 2~4%대에 머물렀다.

맥주 최대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은 최근 경기 침체에 수요 부진까지 겹히며 생산량도 감소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누적 맥주 생산량은 3521만3000kL(킬로리터)로 전년 동기 대비 0.6% 떨어졌다. 맥주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중·고급 시장 경쟁 심화,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외식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점도 맥주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드와이저는 최근 을사년 한정판 맥주를 선보이고 중국 시장에서 동양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맥주를 출시하는 등 꾸준히 현지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11월 코로나, 호가든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칭다오맥주 역시 칭다오맥주 테마가 반영된 맥주 전문점을 선보인 데 이어 고급 라인을 강화하는 등 시장 점유율 수성에 집중하고 있다.

당분간 맥주 시장 정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 전망도 암울해지고 있다. 투자은행 맥쿼리는 중국 맥주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화룬맥주의 목표주가를 35홍콩달러에서 30.2홍콩달러로 내렸다. 제프리스도 버드와이저 APAC의 목표주가를 11.80홍콩달러에서 10.90홍콩달러로 낮췄다.

조아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