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 폭등하더니 45% 급락…"불안해서 못 살겠네" 비명
최근 주가가 반토막 나 ‘개미 무덤’이란 별칭이 붙은 국내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를 ‘양자 기술 준비의 해’로 명명한 것이 투자심리를 개선했다. 주가가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며 투자 난도가 극단으로 치달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가 연일 롤러코스터
16일 코스닥시장에서 한국첨단소재는 22.45% 오른 70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이틀간 상승세는 58.97%에 달한다.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119.44% 올랐다가 이후 5거래일간 52.4% 폭락하는 등 오르내림이 극심했다. 이날 아이씨티케이(11.11%), 아이윈플러스(8.61%), 엑스게이트(4.2%), 케이씨에스(4.04%) 등도 일제히 뛰었다. 이달 고점 대비 최대 46.08% 하락을 경험한 종목들이다.
반등은 미트라 아지지라드 MS 전략적 임무 및 기술 부문 대표의 글을 계기로 찾아왔다. 그는 14일 MS 블로그에서 올해를 ‘양자 기술 준비의 해’라고 밝히며 “향후 12개월 양자 연구 및 개발 속도가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양자컴퓨터 전략 구축을 지원하는 ‘양자 준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전날 미국 증시에서 아이온큐(33.48%), 리게티컴퓨팅(22.23%) 등의 주가가 치솟았다.
양자컴퓨터 관련주는 미 대선이 본격화한 지난해 9월부터 현지 주요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관련 산업을 육성할 것이란 기대에 작년 연말까지 꾸준히 주가가 뛰었다. 미 증시 대표주 아이온큐는 이 기간에만 462.94% 상승했다. 다만 올 들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양자컴퓨터 상용화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달 고점 대비 45.45% 꺾이기도 했다. 연말 상승기를 함께한 국내 관련주도 이 구간 하락을 면치 못했다.
○실적 못 내는 ‘미래 기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관련주 대부분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 소형주인 데다 핵심 매출원도 양자 기술이 아니어서다. 업종이 주로 통신 분야여서 양자 암호 기술 일부를 접목한 사례가 부각됐지만 정작 본업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주요 종목으로 떠오른 한국첨단소재의 주력 사업은 네트워크 부품·계측기 판매다. 기술이 상용화 이전 단계인 만큼 서비스를 미리 구체화하기도 어렵다. 매매 역시 개인이 주도하고 있다. 이달 한국첨단소재는 기관이 4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이 5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최근 해외에서 아이온큐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이 주가 급변으로 상장폐지된 사례도 경고음을 키운다. 영국 자산운용사 레버리지셰어즈가 운용하는 ETP ‘레버리지셰어즈 3X 아이온큐’는 8일 아이온큐 주가가 39% 폭락하자 증권 가치가 0이 돼 거래가 정지됐다. 이 상품은 아이온큐가 33% 이상 하락하면 청산되는 구조다. 국내 일부 증권사도 해당 상품을 취급해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는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 ‘양자 데이’가 포함돼 한 차례 모멘텀(동력)이 남게 됐다”면서도 “조선·원전 등 전망이 밝은 우량주를 배제하고 높은 불확실성에 베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email protected]
-
등록일 04:26
-
등록일 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