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2000억 빠졌다"…중학개미 펀드서 발 빼는 이유
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에서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0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강달러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제한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관세 정책 등의 우려가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중국 펀드 197개의 설정액(투자 자금)은 7조7273억원으로 최근 한 달간 2169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166억원), 베트남(-146억원), 브라질(-16억원) 등 다른 신흥국 펀드보다 감소 규모가 컸다. 반면 인도 펀드의 설정액은 218억원 증가했는데,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도 시장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도 마이너스(-) 6.51%로 신흥국 펀드 중 가장 부진했다.
중국 경기 부양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아지면서 자금이 이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 상황이 장기화하는 상황 속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부터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중국산엔 6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공언해왔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관세 정책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위안화 가치는 추락했다. 지난 8일 역내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7.3322위안으로 2023년 9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 9일 총 600억위안(약 11조9226억원) 규모의 6개월 만기 채권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3일엔 거시건전성평가(MPA)에 따른 국경 간 기업 자금 조달에 대한 매개변수를 기존 1.5에서 1.75로 상향 조정했다. 달러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한 조치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환율 방어에 쏠린 중국의 정책 스탠스는 역설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고 분석했다.
김민경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투자운용본부 책임은 "이달 20일 트럼프 취임이 예정돼 있고, 중국 정책도 공백기이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스탠스를 보면서 정책을 하나둘씩 발표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올해 1분기 예정된 중국의 정치 행사가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 책임은 "이달 말 춘제(설) 연휴가 예정돼 있고, 3월엔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가 있는 만큼 올 1분기 정책 모멘텀(동력) 장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2분기부터는 정부의 정책 효과들이 실제 펀더멘탈(기초체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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