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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문구 한줄로…주식 모조리 사놓고 경영권 뺏길 수 있다 [윤현철의 Inves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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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재판장님, 신청인의 주장대로라면 양도인은 주식을 모두 팔고도 경영권을 찾아오겠다는 것이고, 양수인은 주식을 모두 사고도 경영권을 잃어버리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주식 양수인 측 변호사는 법정에서 간곡하게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양도인 입장에선 이미 매각한, 그러니까 양수인 소유가 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양도인은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을 회복한 셈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계약서 문구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

사안은 이렇다. 상장사인 A회사의 최대주주이자 경영자인 양도인이 주식과 경영권을 모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 이 회사의 수백억 원 규모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서 체결한 연대보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상장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해 회사의 물적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경우 최대주주 또는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하는 경우는 흔하다.

양도인 입장에선 회사 주식을 모두 팔고 떠나는 마당(이른바 성공적인 '엑시트')에 이런 보증채무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회사 주식과 경영권을 넘길 때 연대보증도 함께 해소해 달라고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양수인 측이 해당 연대보증을 승계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승계할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라면 어떨까. 우선 주식과 경영권을 양수·도하되, 일정 기간 내에 대주주의 연대보증 승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기존 대주주가 다시 회복하기로 한다. 또 이를 위해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약정한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 양수인은 약정한 기간 내에 대주주의 연대보증 승계 의무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자 기존 대주주였던 양도인이 매각으로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양수인 소유 주식의 의결권을 자신이 대신 행사하게 해달라는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의결권행사금지 또는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은 주로 위법하거나 불공정한 신주 발행 또는 자본시장법상 공시의무 위반 등 의결권 제한 주식에 대해 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건처럼 의결권위임약정 또는 의결권 구속약정에 의해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이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학계와 실무에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의결권행사허용가처분 등이 인용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수행한 사건에서 법원은 의결권위임약정을 근거로 이에 반하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했다. 더 나아가 위임약정의 취지대로 전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최대주주가 주식 매각 전 일정 조건 하에 의결권을 위임받는 약정을 미리 해 뒀기 때문에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이후에도 경영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해당 상장사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된 중요한 사례였다.

주식 전부 사놓고도 경영권 뺏기지 않으려면

위 판결에서 최대주주가 승소하긴 했지만, 주요 쟁점 하나가 숨겨져 있다. 의결권위임약정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 위임의 본질에 부합한다. 상대방 측이 의결권위임약정의 유·무효를 따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에 체결된 약정을 현시점에서 철회한다고 주장했다면 어땠을까.

이 경우 법원은 애초 의결권 위임 과정에서 '철회 불가능한 조건'이 부여된 것인지까지 심리해 판단해야 한다. 매우 상식적이고 단순한 주장이지만, 이런 주장 하나가 소송의 방향과 경영권의 종국적인 취득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선 양수인 측이 그런 주장까진 하지 않았기에 법원은 의결권위임약정의 효력만 판단했고, 최대주주는 순조롭게 경영권을 되찾았다. 통상 주주총회에서 한 번 이사를 선임하면 해당 이사를 해임하지 않는 한 (이사 정원 제한 등으로 인해) 임기 만료 때까지 경영권 회복이 어렵다. 이 사건 당사자는 상장사였기 때문에 최대주주는 장내에서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주식을 조금씩 매수하는 식으로 비교적 여유롭게 대비할 수 있었다.

양수인 측 입장에선 다소 부당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양수인이 회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대체 담보를 제공하지 못해 최대주주의 연대보증을 해소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이상 계약서 조항에 의한 순리대로의 정당한 결과로 봐야 한다. 만약 구속 조건부 의결권위임약정의 효력을 사전에 검토했다거나, 검토하지 않았더라도 약정의 철회 가능성을 주장했더라면 최대주주에게 경영권을 쉽사리 내주진 않았을 것이다.

주식을 전부 사들이고도 경영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세세한 문구 하나까지 치밀하게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에 치밀한 경영권 인수 전략을 세워 대비하고, 최근 법원 판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윤현철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ㅣ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35기로 수료했다.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에서 금융법을 전공했으며, 런던 퀸메리대학교 로스쿨 상법연구소 방문학자 과정을 마쳤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및 경영권 분쟁, 기업 인수 자문, 부동산 금융 자문, 국내외 투자 펀드 관련 손해배상청구 등 금융 부문에서 독보적인 경험과 실력을 갖춘 변호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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