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도에 뺏길 돈이 없었다”…100억 주식 부자 생존법 들어보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해외에 1000만달러(147억원) 규모 합성피혁 신공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패션, 헤드셋,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점유율을 높여 친환경 가죽 시대를 선도하겠습니다.”
최민석 디케이앤디 대표(1961년생)는 지난 27일 내년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디케이앤디는 식물성·바이오 가죽 제조 기술을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다. 가방, 비행기 자재, 의류, 모자, 골프장갑, 운동화 등에 원단을 공급한다. 특히 스톤 아일랜드, 몽클레어, 막스마라 등 고급 의류 브랜드에 원단을 공급하고 미국 보스 등 음향 기업에도 헤드셋 원단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 그랜저, 타스만)에 자동차 시트 원단도 판매한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선택한 파트너(3차 협력사)라고 보면 된다. 2000년 5월 20일 설립된 동광화성이 모태이고, 2018년 11월 상장했다. 본사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별망로 345에 위치했는데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임직원 수는 해외 포함 약 2500명 정도다.
합성피혁을 전문으로 하는 디케이앤디, 부직포 생산 및 판매 사업을 담당하는 디케이비나(지분 100% 보유), 모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주로 하는 다다씨앤씨(지분 80%). 이 3개의 제조 사업부가 디케이앤디를 이끄는 삼두마차다. 언더아머, 나이키, 아디다스, 쌤소나이트,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현대차, CJ CGV, 미즈노, 캘러웨이, 투미 등 세계적 브랜드 상품에 디케이앤디 제품이 녹아 있다.
“패션·헤드셋·자동차 등 원단 공격 영업 … 해외 1000만弗 공장 신설”최 대표는 “내년 합성피혁 매출을 늘리기 위해 패션, 헤드셋, 자동차 등에 원단 공격 영업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군인 우의 매출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스웨덴·네덜란드 군에 1년 약 60만야드(54만8640m) 규모의 우의 원단을 공급하고 있다. ‘매출 날개’를 달기 위해 인도네시아 또는 방글라데시에 1000만달러 정도를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 1500만달러 규모의 공장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가죽 소재가 활용되는 전방 산업의 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패션 의류 시장은 2022년 1492억달러에서 내년 1812억달러까지 연평균 6.7%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럭셔리 의류와 스포츠웨어의 활발한 협업으로 MZ세대까지 고급 소비 문화가 확산된 것인데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보복심리가 작용된 것도 있다.
이어 “디케이비나의 경우 올해 약 80억원을 투자해 1~4라인 모두 친환경 부직포 생산이 가능해졌다”며 “세계 1위 합성피혁 회사 대만 삼방화학과 독점 계약을 체결해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특히 중국 부직포 제조 1위 기업 쩐타이와 합작사를 지난달 설립했다. 쩐타이는 30개국 이상에 부직포를 수출하고 연간 매출액은 약 26억 위안(5250억원)에 달한다. 합작비율 5대 5로 내년 6월 베트남 공장을 가동하고 해외 고객사 영업 활동을 진행한다. 중국 1위와 힘을 합친 이유에 대해 “신발 위주였던 부직포 생산을 산업자재(집진설비 필터백, 정수기)와 자동차(트렁크, 헤드라인) 부문으로 확대하려고 한 것이다”고 답했다. 쩐타이는 베트남 공장을 이용해 미국 수출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딜로이트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2년 250만대에서 2030년 3100만대가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 정책과 관련해 자동차용 시트, 핸들 등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추세가 확산되는 만큼 디케이앤디는 새 먹거리인 친환경 차량 내장재 개발로 ‘실적 질주’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수의 완성차 브랜드 행보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기차인 i3에 비건 옵션을 제공하고, 도요타는 프리우스에 친환경 가죽 소프텍스를 사용했고, 벤틀리는 단백질과 버섯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가죽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선두로 꼽히는 테슬라는 친환경 가죽 시트로 변경하는 옵션을 제공 중이다.
세 번째, 매출의 9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모자 사업도 박차를 가한다. 최 대표는 “모자 사업의 경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자개발생산) 병행 중이다”며 “컬럼비아, 캘빈클라인, 칼하트 등 유명 브랜드와 거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모자뿐만 아니라 비니까지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인도네시아 제2 공장 증설을 통해 방글라데시 생산 기지와 이원화로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글로벌 모자 시장은 2022년 279억달러에서 2032년 548억달러로 연평균 7%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존층 파괴로 자외선이 많아지면서 모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스트리트 패션, 액티브웨어 등 활동적인 패션 트렌드 확산 덕을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으로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한다.
내년 사상 최대 실적 도전 … 주가는 고점 대비 30% 하락최근 5년간 디케이앤디의 실적은 보면 우상향이다. 2019년 매출 598억원, 영업이익 30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898억원, 영업이익 82억원으로 4년 만에 각각 50.17% 증가, 173.33% 증가했다. 사양산업에 속하는 데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4.94%에서 9.09%까지 올랐다. 수출 비중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에서 유리하다. 한양증권은 올해 매출 1051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예상했다. 디케이앤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789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이었다.
안정적인 실적에도 주가는 내리막길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3060원으로 연중 고점(10월 31일 4420원) 대비 30.77% 떨어졌다. 당시 1억원을 투자했다면 두 달 만에 3077만원이 날아간 것이다. 지난 10월 연중 고점을 찍은 이유는 주주환원정책과 3분기 호실적 기대감 때문에 매수세가 몰린 까닭이다.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210억원, 유동자산 369억원이다. 시가총액(444억원)을 가볍게 넘는다. 부채비율 35.82%, 자본유보율 785.83%로 재무상태는 안정적이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최 대표는 “지난 9월 5일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가 부양 의지를 시장에 알렸다”며 “2027년까지 최소 8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세웠고, 약속을 지키겠단 의미로 지난 10월 28일 2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고 답했다. 이어 “내년까지 주가순자산비율(PBR) 1.05배, 주주환원율 34.09%를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친환경 제품 연구 개발, 고부가가치 제품 다양화, 해외 기업 컨소시엄, 설비 투자 및 생산 역량 증대 등을 실행할 계획이다. 또 “우린 안정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세를 확장시켰다며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좋은 매물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성장동력에 대해 “동물 가죽을 대체할 ‘비건 레더’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례로 ‘모피 프리’를 선언한 구찌는 2021년 6월 친환경 신소재 데메트라(Demetra)를 채택한 신발을 선보였다. 볼보도 2030년까지 모든 차량에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포드는 머스탱 마하E 모델 인테리어 전부를 비건 가죽으로 출고했다. 테슬라는 신형 모델3와 모델Y 차량 핸들을 비건 가죽으로 만들었다. 비건 레더의 가격은 야드당 5만~8만원 대로 기존 합성피혁보다 4~8배 높아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최 대표는 “친환경 부직포 라인에 600만달러 정도 투자했기에 고부가 수익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레더 시장은 2023년 6150만달러에서 2030년 1억600만달러까지 연평균 9.5%씩 성장할 것으로 봤다. 성장률은 높고 시장 규모는 작은 불루오션에 해당하지만 디케이앤디 새 먹거리로 적합하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이다. 최 대표는 이미 다수의 명품 패션 업체에 샘플로 납품을 했다. 자동차에 쓰이고 있는 가죽 시장이 약 10조원인데, 명품 패션업체서 매출이 발생하면 이를 발판 삼아 자동차 가죽 시장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디케이앤디는 합성피혁을 20년 넘게 개발 및 판매해 온 업력을 바탕으로 물성에 대한 높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리서치앤마켓은 글로벌 자동차업계 내 비건 가죽 시장 규모가 2026년까지 연평균 4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총 주식 수는 1449만9831주로 최대주주는 최 대표(지분 19.14%) 외 특수관계인 3인이 지분 30.67%를 갖고 있다. 김근하 고문이 9.07%, 자사주 1.31%, 외국인 4.79%로 유통 물량은 50%가 조금 넘는다. 해외 매출 비중이 90%에 달해 코스닥 소형주임에도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M&A 추진 … 5년내 매출 3000억 도전”투자 약점으로는 합성피혁, 부직포, 모자 등 주 사업 영역이 사양산업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또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기는 힘든 것도 단점에 속한다. 최 대표는 “친환경 섬유 소재 개발을 가속화하고 안정적인 M&A로 5년내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1988년 두림티엔씨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환경 오염은 줄이고 천연 가죽의 질감을 구현하는 소재 개발을 고민하다 2000년 5월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자본금 5000만원을 베팅했고, 오랜 연구 기간 끝에 친환경 합성피혁 개발에 성공한다.
그는 “창업 후 1년간은 돈벌이가 쉽지 않아 사실상 무보수로 일했다”며 “해외 영업이 잦아 중국 저가 숙박업체에서 쉰 적이 있는데 강도가 들어와 목에 칼을 대고 생명을 위협했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 뺏긴 게 없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위험 신호’가 왔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여전히 해외 출장이 잦다. 현재 항공사 200만 마일리지가 쌓였다는데 미국~한국(왕복)을 100번 정도 다닐 수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약 84억원 주식 부자가 된 최 대표는 청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그는 “미래를 향한 큰 꿈을 가지고 차근차근 설계를 한다면 역동적인 삶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해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눈을 크게 뜨고 발걸음을 세계로 내딛는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응원했다.
회사를 다섯 글자로 표현해달란 부탁엔 ‘소통과변화’라고 했다. 그는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8시에 출근하는데, 공장에 와서도 직원들을 부르는 게 아니라 일일이 찾아간다”며 “애로사항과 개선사항 등을 청취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먹거리는 변화이기 때문에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요 사업은 합성피혁 제조 및 관련 상품 유통과 신발용 합성피혁 제품의 주 원재료인 부직포 생산이다”며 “납품되는 시장이 헤드셋·명품 브랜드에서 방산용으로도 영토를 넓혀 매출처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합성피혁을 생산하는 베트남 법인은 공장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으로 내년부터 생산성이 높아지고 영업이익은 144억원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스몰캡 기업임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친화 의지가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양산업에 속하고 시장에서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어 성장성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동물가죽 생산이 환경 파괴로 이어지며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피 금지법 AB-44 승인되고 캐나다구스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모피 없는 정책을 선언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모피→합성피혁→친환경 가죽으로 가죽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친환경 가죽의 종류로는 버섯 가죽(스웨이드처럼 부드러운 특징), 파인애플 가죽(가볍고 통기성 좋음), 포도 가죽(동물 가죽과 비슷한 질감), 선인장 가죽(부드럽고 내구성 우수), 사과 가죽(가볍고 견고한 사용감) 등이 있다.
윤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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