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운용 주력 상품이었는데...상승장에 골칫덩이된 버퍼 ETF
미국증시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버퍼형 상장지수펀드(ETF)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증시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추가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버퍼형 ETF 출시 당시만해도 '아시아 최초'를 내세우며 강력한 마케팅을 펼쳤지만, 상품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추가 출시 계획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버퍼형 ETF인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전일 S&P500 지수가 0.44%상승해 사상 최고치인 6693.7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ETF는 S&P500지수가 6575보다 높아지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없도록 설계됐다. 반대로 S&P500지수가 상장 당시 수준인 5650보다 하락해 5075까지 떨어질 때는 수익률 0%를 유지하다가 그보다 더 떨어지면 손실 구간에 들어선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주식시장이 횡보하거나 하락할 때 유리하다. 환노출형 상품이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ETF 가격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미국증시가 상승해도 ETF가 추가로 수익을 낼 수 없게 됐다.
삼성운용이 뒤이어 내놓은 'KOODEX 미국S&P500버퍼6월액티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ETF는 S&P500이 내년 6월까지 7000선 이상으로 오르면 추가 수익이 제한된다. 지금보다 S&P500지수가 4.6%가량 추가 상승하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지난 3월 첫 버퍼 ETF 출시 당시 '아시아 최초'를 내걸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던 삼성운용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버퍼 ETF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지만 급등장 속에 시장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에서는 최근 3개월동안 316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상장초기 1000억원에 육박했던 순자산(AUM)이 7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당분간 시장에서 신규 버퍼형 ETF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삼성운용은 첫 버퍼 ETF 출시 당시 3개월에 한 번 씩 분기별로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9월 버퍼 ETF는 물론 당분간 버퍼 ETF는 추가 상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출시 시점에 ETF를 매수해야 버퍼 구조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등 복잡한 구조 탓에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했다"며 "삼성운용이 야심차게 시도한 버퍼 ETF가 실패로 돌아간 뒤 타사에서 인기를 얻은 상품 구조를 베껴 신상품을 내놓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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