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회장님 면접까지 봤는데"…펀드매니저 사표 던지자 벌어진 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부서의 핵심 인력이 이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회사 측에 난색을 표해 해당 인력 채용 과정이 보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에서 'TIGER ETF' 27개(3조7356억원)를 운용하고 있는 중견급 경력 펀드매니저 A씨는 지난주 미래에셋운용에 퇴사 의사를 밝혔으나 내부적으로 보류됐다.
A씨는 한국투자증권의 유동성공급자(LP) 부서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면접까지 마치고 합격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통상 한국투자증권 경력직 채용절차는 부서장 면접, 본부장 면접, 전무급 면접, 대표이사·지주 회장 면접 순으로 진행되며 지주 회장 면접은 사실상 최종 단계에 해당한다.
회장 면접까지 거쳤음에도 채용이 보류된 데는 미래에셋운용 측의 제동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운용은 자사와 한국투자증권 간 협업 관계를 들어 A씨 채용 시엔 거래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회장 면접까지 끝낸 것은 맞지만 이후 A씨 소속인 미래에셋운용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사 협업관계에 대한 운용사의 우려와 유감 표시가 있었다"며 "LP와 (매매주문을 받는) 법인영업 등 비즈니스 협업 관계를 감안해 최종적으로 채용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TF는 운용사가 상품을 만들고 여기에 증권사가 LP로 참여해 호가를 대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다. LP는 매수와 매도 차이에서 기반한 스프레드 수익과 거래량 기반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데, 이 때문에 투자자들 거래량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삼성·미래에셋 등 대형 운용사와의 거래 유지가 필수적이다. 운용사는 필요할 경우 다른 증권사를 LP로 지정하면 되지만 증권사는 대형 운용사와 관계가 끊기면 안정적 수익원을 잃게 된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런 힘의 불균형 때문에 이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종종 제기돼 왔다. 일부 대형 운용사는 ETF 설정 규모 확대를 위해 증권사에 현금 설정을 강요하고, 응하지 않으면 인기 ETF의 LP 참여를 제한하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리밸런싱 주문이나 거래 물량을 특정 증권사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보상과 제재를 병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잘 팔리는 ETF의 경우 증권사들이 서로 LP를 하겠다고 나선다. 압도적인 점유율의 삼성(자산운용)이나 미래에셋운용이 주문을 안 내주면 증권사 특정 부서 수익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를 감수하고 사람을 뽑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ETF 시장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들어 운용역 이탈이 이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인력 관리에 민감해진 상태다. 올 들어서만 ETF 운용 부서에서 핵심 인력 5명이 퇴사·이직했고 A 운용역을 포함하면 6명째다. 미래에셋운용 안팎에선 운용역 개개인에게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우는 내부 구조 탓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단 평가가 나온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사가 거래상 지위를 들어 인사 문제에까지 영향이 미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에 채용이 보류된 직원뿐 아니라 향후 내부 직원의 이직 기회도 사실상 막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