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 수억원 벌었는데…‘잭팟’ 찾아 떠난 50대 만나보니[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반도체 장비 강자 GST 본사를 가다‘33년 삼성맨’ 석종욱 대표, 첫 인터뷰“내년 칠러 매출 2배로 높일 것액침냉각 시장 공략 준비 마쳐중장기 1조 매출 위해 공격 영업”아리스, 목표주가 3만원 제시

“내년 친환경 제품을 앞세워 칠러 매출 비중을 두 배 이상 높이겠습니다. 액침냉각 시장 개화도 눈앞인 만큼 역대 최대 실적에 도전하겠습니다.”
석종욱 GST 대표(1969년생)는 지난 12일 기자와 만나 내년 사업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석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33년 근무한 ‘반도체 한우물’로 임원(상무)을 마치고 중견기업 대표로 새 삶을 시작했다. 작년 6월 1일 대표로 취임한 그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본사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산단6길 15-13에 있고 임직원 수는 719명(1분기 기준)이다. 본사 1공장과 2공장의 경우 스크러버와 칠러 연간 생산능력은 각 3000대 정도다. 미국 텍사스 플루거빌에 위치한 미국 법인 등 총 9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며 글로벌 고객사 사업장과 가까운 곳에서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2001년 10월 1일 설립된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스크러버와 칠러다. 스크러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정화해 주는 장비다. 칠러는 반도체 공정 장비의 온도를 제어함으로써 공정 효율을 높이는 장비다.

창립 초기에는 국내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했지만 2016년부터 매출 다변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다양한 글로벌 회사들을 고객사로 뒀다. 2018년부터 매출 발생 거래처 기준으로는 약 205곳이다. 특허는 114건 보유했고 국내 경쟁사로는 지앤비에스 에코와 유니셈 등이 있다.

2006년 2월 1일 코스닥 상장한 GST의 당시 매출은 300억원이었는데, 작년 3462억원으로 18년 만에 1054%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 1741억원, 영업이익 269억원으로 분위기에 따라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기대할 수 있다. 상장 후 20년 가까이 흑자 경영을 이어온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2008년 영업적자 1억5000만원 딱 한 번 있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매출 3497억원, 영업이익 594억원을 전망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1255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내년에도 성장이 지속돼 1381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ST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 장비사들의 수혜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석 대표는 “중장기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한 두 개의 무기를 잘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칠러 매출 확대다. 그는 “전 세계 칠러 시장은 현재 7억6000만달러 규모로 대형 반도체 기업들에게 공급을 위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말부터 가시적인 수주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현재 매출 비중 15%를 차지하는 칠러가 내년엔 2배 이상으로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산화탄소를 냉매로 사용하는 칠러를 만들었고 해외 공략을 시작했다”며 “극저온 칠러, 전기식 칠러, 냉동기식 기반 칠러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으로 매출 증가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액침냉각 설비다. 그는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액체에 서버를 완전히 담가 효율적으로 냉각을 하는 방식으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핵심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가지 타입(단상형·이상형)의 액침냉각 장비를 개발 완료해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PoC(기술검증) 장비를 고객사에 납품해 장비 신뢰도 확보를 위한 데이터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와 LS일렉트릭과 협력 관계를 맺었는데 고객사 수요 상황에 따라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석 대표는 “액침냉각은 기존 데이터센터의 시설 개조보다는 새로 건설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액침냉각 장비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므로 시장 개화 시점은 2027년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전문 리서치 9곳을 종합하면 액침냉각 시장은 2023년 6000억원에서 2030년 1조4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ST의 사업 진출 배경은 데이터 센터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부동산·에너지 효율 등의 부담 확대로 관련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석 대표는 “액침냉각 설비는 고객사 맞춤 제품이라 이익률이 20% 이상 될 수 있는 효자 장비가 될 것이다”며 “제품 평가 결과가 긍정적인 수치들이 나올수록 고객사의 관심이 증폭될 것이다”고 했다. 액침냉각 기술에 대한 시장의 물음표가 있는 시점에서 이상적인 데이터로 향후 고객들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센터 장비 시장은 AI 수요 증가로 인해 연평균 성장률이 높은 유망한 시장이다”며 “국내 대기업에 납품을 시작으로 해외 공략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시간이 흘러 글로벌 점유율이 높아지면 개척자에 해당하는 GST의 액침냉각 장비 매출도 상당 부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대형 고객사 투자 흐름에 발맞춰 안정적인 매출 확보와 성장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칠러 매출 증가와 액침냉각 시장 개화 땐 매출이 급속도로 커질 수 있는데 고정비 효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가파른 상승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GST는 장비 판매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한 매출 수익을 얻고 있다. 핵심 제품인 스크러버와 칠러는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과 기술지원을 하기도 하며 고객사 공정 설계에 맞춘 폭넓은 맞춤 장비를 설계해 공급 중이다. 장비 판매 시 일회성으로 제품 매출이 발생하지만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도 실적을 뒷받침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2만1500원으로 올 들어 28.43% 올랐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이익이 생기면 배당을 주는 게 당연하다”며 수년간 배당금 증가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 2020년 1주당 배당금 75원(수익률 0.87%)에서 작년 300원(1.79%)까지 지속 상승 중이다. 올해도 이익 규모가 전년과 비슷하다면 배당금 동결이 유력하다.

권준식 상무는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지원하는 밸류업 프로그램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며 “회사의 현 상황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무엇인지 컨설팅을 통해 검토해 보고 회사와 주주의 장기적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주가 부양책 및 주주환원 방안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거들었다.

총 주식 수는 1843만주로 최대주주는 김덕준 회장(지분 21.7%) 외 특수관계인 3인이 지분 22.22%를 보유했다. 자사주 3.07%, 외국인 14.79%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60% 정도다. 인상적인 건 외국인이 올초 6.43%에서 지분율을 2배 넘게 높인 것이다.
개인 투자자 수는 3만1834명 있다. 2분기 기준 995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 유형자산 794억원 있다. 부채비율 21.3%, 자본유보율 2922.01%로 재무 상태는 우량하다.

투자 긍정 요인으로는 대형 고객사에 전기식 칠러 데모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석 대표는 “전기식 칠러가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도입 검토되고 있다”며 “데모 결과 발표 시점과 통과 가능성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지만 연내 데모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모 전 고객사에서 이미 테스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결과는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친환경 칠러를 찾는 게 산업 트렌드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앞선 GST의 수혜를 점칠 수 있다.

또 “액침냉각은 기존 공랭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은 냉각방식으로 데이터센터에서 서버의 발열을 제어하는 데 사용될 미래 기술이다”며 “주요 고객사와 협력으로 액침냉각 장비 상용화를 준비 중이고 향후 글로벌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서비스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반도체 장비산업 특성상 전방 기업들의 설비 투자 시기와 금액에 따라 출렁이고 해외 매출 비중이 50%인데 달러 약세 시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 회사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통화선물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관련 리스크를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중국 반도체 회사들의 자국산 선호 현상으로 시장 환경이 갈수록 어렵지만 이를 기술력·친환경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공정 난이도가 높은 시장에선 여전히 한국산 스크러버와 칠러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석 대표는 “친환경 기술을 제공해 지구의 온도를 1도씩 낮추는 게 목표다”며 “인류와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석 대표는 직장인에서 상장사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다. 여기엔 근면·성실과 일을 즐기는 태도가 있었다. 그는 1992년 1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연구원으로 입사해 당시 월급 47만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상무로 승진한 후 기술센터장 등을 거치며 수억원의 연봉을 만졌다. 그가 삼성전자에서 일한 세월만 33년이다. 대기업 임원으로 여생을 즐길 수 있었지만 반도체 일이 재미있어 GST 대표이사가 됐다. 받던 연봉이 1억원 이상 깎였지만 돈보다 일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을 택했다. 그의 MBTI는 ESTJ라고 한다.

청춘들을 위한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사람은 일을 통해서 성장한다”며 “일을 즐기면 인생이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인적 네트워크와 업무 경쟁력도 포함된다”며 “제조업이 튼튼해야 한국이 강해질 수 있기에 젊은이들이 주저 말고 현장으로 달려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그는 “미국에선 스탠포드대를 졸업해도 공장에서 설비를 만지며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며 “우리는 대학교를 나오면 공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반감 또는 부끄러움이 있는데 자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삼성전자 근무 시절 ‘기술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석종원을 찾으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이어 “한국인들은 손재주가 좋고 똑똑하다”며 “주인의식을 갖고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많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회사를 소개해 달란 부탁에 ‘빌드업GST’라고 했다. 매출 1조원을 찍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지금부터 부지런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에겐 “친환경과 다품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고 있다”며 “마케팅 역량도 보강해 우리 제품들을 찾는 고객들이 더 많아지게 하겠다”고 자신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만 파운드리 고객사가 기존 냉동기식 칠러에서 전기식 칠러로 장비 전환을 검토 중이다”며 “온도 정밀 제어에 유리하고 냉동기식보다 친환경적인 전기식 칠러 퀄 테스트 통과 시 해외 매출이 활성화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5월 액침냉각 연구용 장비를 LG유플러스에 납품했고 2027년 하반기 사업화를 계획 중인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독립리서치를 운영하는 이재모 아리스(ARIS) 대표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3년간 평균 영업이익이 500억원 넘고, 새 먹거리로 액침냉각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7년 양산장비 개발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성장 모멘텀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동종업계 상장사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인 반면에 GST는 8배 정도로 저평가다”며 목표주가는 3만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 대비 39.53%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화성=윤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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