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악몽 끝났나"…고민 빠진 펀드매니저들 [돈앤톡]
2차전지 업종이 겹호재로 반등하자 자산운용사의 액티브 펀드매니저(운용역)들이 포트폴리오 내 2차전지주(株) 비중을 확대하고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부담이 덜해진 가운데 전력 테마와의 결합으로 수혜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다만 과거 고평가와 급락의 기억을 이유로 신중론을 유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12일 코스콤 정보단말기인 '체크 엑스퍼트 플러스'(CHECK Expert+)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는 최근 한 달 사이 포트폴리오 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편입 비중을 기존 0.1%에서 5.53%로, 삼성SDI는 기존 1.01%에서 5.62%로 확대했다.
다른 신재생에너지 업종 비중을 줄이고 2차전지 비중을 크게 높인 것으로, 2차전지 업종의 단기·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셈이다.
액티브 ETF란 펀드매니저의 재량을 허용해 인덱스를 이기는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액티브 ETF의 구성종목을 투자지표 중 하나로 삼기도 한다. 운용역이 특정 종목의 비중을 늘렸다는 것은 그 종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성 높은 테마에 투자하는 'TIMEFOLIO K이노베이션액티브'의 운용역도 같은 기간 2차전지 비중을 확대했다. 지난달 11일과 이달 11일 양일 기준 이 ETF의 구성종목들을 비교해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43%에서 5.95%로, SK이노베이션은 2.64%에서 3.62%로 확대됐다. 7월 당시엔 빠져있던 삼성SDI와 에코프로비엠도 각각 3.28%, 1.39% 비중으로 신규 편입됐다.
지수형 액티브 상품인 'KODEX 200액티브'와 'TIMEFOLIO 코스피액티브' 역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비중을 소폭 늘렸다.
2차전지 관련주 수익률은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로 배터리 시장이 꺾이면서 지난해부터 줄곧 부진했다. 대규모 투자에도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돈 먹는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도 언급을 꺼리는 비선호 종목이었다. 2023년 한때 전기차 수요 폭발 기대감에 '2차전지주 광풍'이 불었지만, 이후 기대치 대비 실적이 안 나오면서 거품이 빠르게 꺼졌다. 개인과 기관 모두 '폭등 후 폭락'이라는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은 셈이다.
특히 2023년 당시 관련주 폭등세의 중심에 섰던 에코프로비엠은 사상 최고가인 58만4000원(2023년 7월 26일 장중 고가)까지 오르며 그해 들어 최고 634%의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말부터 꾸준히 하락하더니 올해 들어 지난 5월 30일에는 8만원대까지 밀려났다. 최근 반등세로 13만원대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최고점 대비 77%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펀드매니저들이 하나둘 다시 2차전지 기업 비중을 늘리는 것은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ESS 시장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세다. ESS 시장에서의 배터리 수요는 전기차의 20% 수준이지만,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인 ESS는 소비심리에 민감한 전기차 시장 대비 수요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내년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에 58.4%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에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의 가격도 최근 저점 이후 반등세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탄산 리튬 가격은 t당 7만5500위안으로 지난 6월 23일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중국 정부는 리튬 초과공급 해소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중국 장시성에서 운영해온 대형 리튬 광산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전 세계 리튬 생산량의 약 3%를 차지하는 젠샤워 광산에 빗장을 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펀드매니저들은 김현수 하나증권 2차전지 담당 애널리스트의 1년 만의 '매수' 상향을 심리 회복 신호로 봤다. 그는 2차전지 광풍 당시 고평가를 지적하며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매도'를 권했던 인물이다. 김 연구원이 앞선 7월 말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올린 데 이어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눈높이도 올리자 운용가는 주목했다.
김현수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2023년과 2024년은 매수하기에 너무 비싼 가격이었지만 올 초부터는 매출 분기 감소세가 멈춘 데다 가격 부담도 덜해졌다. 업황은 여전히 안 좋기 때문에 매수를 적극 권할 시기는 아니지만 조금씩 사모아도 되는 구간"이라고 짚었다. 이어 "2차전지주는 ESS 수요가 확대되면서 더 강한 신재생에너지 테마에 올라탄 상황"이라며 "ESS는 실제 기업의 펀더멘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관련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에 선별 투자하길 권한다"고 했다.
하지만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운용사 한 액티브 펀드매니저는 "2차전지는 지금 모든 운용사 매니저들의 고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차전지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제대로 산정할 수 없을 정도로 고평가를 받던 시기가 있었지 않느냐"라며 "거품이 빠진 지금은 가격이 괜찮아졌지만 과거의 고평가·투자심리 훼손 기억이 발목을 계속 잡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매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전향적 비중 확대는 좀 더 상황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
등록일 21:06
-
등록일 21:06
-
등록일 21:06
-
등록일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