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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투자주의' 역행한 증권사 4곳… 오픈놀 CB에 120억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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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테마주 투자주의' 역행한 증권사 4곳… 오픈놀 CB에 120억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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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의 정치테마주에 대한 투기적 접근을 자제하라는 경고에도 KB·NH투자·한국투자·삼성 등 4개 증권사가 테마주로 엮인 기업이 발행한 CB(전환사채)에 총 12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8월 2차전지·초전도체주 등 정치테마주 광풍이 분 이후 정치테마주에 편승하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반대되는 흐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NH·한투·삼성증권 등은 지난해 10월 이민정책 대표 테마주로 꼽히는 오픈놀이 발행한 CB에 투자했다. 2012년 4월 설립한 오픈놀은 커리어·채용 전문 기업으로 AI(인공지능) 기반 HR(인사관리), 교육기술 플랫폼 미니인턴을 활용해 구직자와 채용 기업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시점은 2023년10월30일로 당시 오픈놀은 기술특례기업으로 입성했다.

오픈놀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4년7월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다. 당시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한 전 대표는 이민청 설립을 포함해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본 투자자들은 한 전 대표의 이민정책이 본격 탄력을 받을 경우 이민노동자 교육과 일자리 매칭 등이 활발해 질 것으로 판단, 그 수혜가 오픈놀 주가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오픈놀이 이민정책 테마주로 꼽힌 주요한 이유다.

실제 오픈놀 주가는 한 전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민정책을 포함한 차기 당 비전을 제시한지 하루만인 2024년10월31일 4840원으로 2개월여 만에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픈놀이 사업영역 확대를 명목으로 CB를 발행한 것은 2024년10월25일이다.

CB는 사채로 발행했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채권자의 청구가 있을 때 미리 결정된 조건대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약을 지닌 사채다. 전환사채는 주식과 같이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에 사채권자는 이자 외에 가격상승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오픈놀이 발행한 CB 표면금리와 만기금리는 모두 0%였다. 이는 사채권자 입장에선 오픈놀 주가가 보통주 전환가액을 밑돌더라도 이자수익을 전혀 얻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 즉 발행사인 오픈놀에 상당히 유리했던 것이다. 해당 CB 만기일은 약 5년 뒤인 2029년 10월18일로 정했다. 전환청구기간은 2024년10월18일부터 2029년9월18일까지였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사채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은 2년 후인 2026년부터 가능하게 설정했다. CB 전환가액은 6039원으로 2024년10월23일 종가(4465원)보다 35% 높은 수준이었다.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건은 없으며 콜옵션(매도청구권)은 발행일로부터 1년 후 행사 가능하고 한도는 40%로 설정했다. 발행사인 오픈놀에 유리한 조건에도 KB증권(55억원)과 한국투자증권(31억원), NH투자증권(24억원), 삼성증권(10억원) 등 4개사는 총 120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등록한 상태로 임시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결성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은 CB 발행사에 대한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결성한다.

증권사 4곳이 오픈놀 CB에 120억원을 투자한 이후 오픈놀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같은 해 11월6일엔 5040원을 기록하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CB 발행시점과 비교했을 때도 630원(14.3%) 높은 가격이기도 하다.

이후 오픈놀 주가는 약세를 보이다가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이후 첫 거래일인 12월9일엔 462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상정이 결정되고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며 오픈놀 주가는 다시 상승하며 12월16일엔 7220원까지 올랐다. 오픈놀 주가가 7700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24년3월7일 8020원 이후 9개월여 만이다. 테마주 투자를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움직임과 달리 증권사들은 테마주에 대한 CB 투자로 향후 차익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에 상장한지 얼마 안 된 기업에 수십억을 투자했다는 점,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했단 점에서 테마주에 편승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픈놀의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비해 자본적투자(CAPEX)를 비롯한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우세하다. 오픈놀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2억원에서 2022년 마이너스(-)4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이후 2023년엔 -18억원으로 손실이 확대됐다.

여기에 CAPEX가 빠지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2021년 -29억원, 2022년 -27억원, 2023년 -2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3년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을 했음에도 보유 현금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89억원에서 2022년 155억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 이후 2023년 12월말 110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2024년 6월 말엔 90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픈놀의 경우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시장 판단이 컸으며 지정된 전환가가 투자자들에게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었다"며 "향후 기업가치, 주가 성장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투자자들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테마주로 묶여서 급등할 것을 미리 알고 투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이야기"라며 "테마주 경우 테마주가 될 것을 알기 어려운데다가 순간적으로 주가가 올랐다가 무너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렇게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앞으로 주가 방향성에 대한 사전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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