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의늪 휴림그룹④] 휴림로봇, 타법인 투자한다더니…'자금 전용' 논란
휴림로봇 CI
[인포스탁데일리=김문영 기자] 휴림로봇이 이큐셀 인수와 관련해 끌어모은 자금을 계열사 빚 담보로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회사는 이 자금을 타법인 출자에 사용한다고 공언해 왔다. 이에 주주를 상대로 모집한 자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림로봇은 관계사 이큐셀의 채무에 대해 161억원 규모의 현금성 예금을 담보로 제공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이아이디로부터 이큐셀 지분을 인수, 최대주주에 오르며 이사회를 장악한 뒤 즉각적인 자금 활용에 나선 것.
휴림로봇은 지난 7월 이큐셀 인수를 명분으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597억원을 끌어모은 바 있다. 하지만 휴림로봇은 유상증자가 완료된 바로 그날, 이큐셀의 상장폐지를 이유로 들며 전격적으로 인수 철회를 공시했고, 지난 10월 25일에는 이를 또 다시 번복하며 74억원을 투입해 이큐셀의 최대주주에 오른다고 알렸다. 하지만 인수 결정을 재번복한 후에도 이큐셀의 상장폐지 이슈는 변함이 없는 상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확보한 유상증자 자금에 대해 휴림로봇 측은 "사업적 시너지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들을 물색" 중이라며, 타법인 지분을 취득하는데 자금을 쓸 것이라고 일관되게 밝혀왔다.
그러나 회사는 이어지는 영업적자와 부실한 재무 상태에도 불구하고 이큐셀에 대한 161억원의 현금성 예금을 담보로 제공해, 유상증자 자금의 상당액이 전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초 115억원이던 휴림로봇의 현금성 자산은 상반기 말 기준 16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잉여자금 524억원 외에 본업 상 현금유입도 없는 상황에서, 161억원의 예금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것은 타법인 출자로 쓰겠다던 자금을 전용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시한 바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계열사 간 자금 융통에만 열을 올리는 행태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담보로 제공된 예금의 출처 등을 질의하기 위해 회사 측과 수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휴림로봇은 산업용 로봇 제조와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한 해가 멀다하고 급감하고 있다. 상반기의 이 부문 매출은 61억여원을 기록했고 2022년 240억원이던 주력 제품 매출은 지난해 173억원으로 28%가량 줄었으며,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무려 40% 감소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휴림로봇의 올 상반기 실적은 별도 기준 66억원의 매출과 1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적자를 이어왔다. 이큐셀 투자 철회와 관련해선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문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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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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