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vs 경쟁입찰’… 7.8조원 KDDX 오늘 결판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수주 방식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당국이 사업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정할 경우 HD현대중공업이 단독 입찰하게 되며 경쟁입찰 시 두 회사가 수주를 위해 다시 맞붙게 된다. 두 회사의 갈등이 지속된 만큼 공동 설계·건조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현실성은 낮다.
방위사업청은 17일 오후 2시 방위사업기획 관리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향을 심의한다. 다음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하면 사업 방식이 최종 결정된다.
방사청은 회의에서 사업 수주 방식을 논의한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따내지만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탈취 논란이 불거지면서 논의가 지연됐다.
사업 방식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주장이 엇갈린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관례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화오션은 사업의 공정성을 위해 경쟁입찰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경쟁입찰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오는 11월까지 보안 감점(-1.8점)을 적용받는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하다. 앞서 한화오션은 해당 감점으로 울산급 배치-III 5·6번함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에 승리했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방사청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상대측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대 회사를 향한 고소·고발전을 벌여왔다. 지난해 11월 양측이 서로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소했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양측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2018년 국군방첩사령부(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HD현대중공업 직원이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실을 적발하면서부터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해 회사 내 공유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돼 유죄를 확정받았다. 보안감점 역시 이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수의계약에 무게를 둔다.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에 따르면 기본설계 결과(기본설계 시험평가 결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시)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 참여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의 적시성을 위해 수의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설계는 통상 3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한화오션이 개념설계에 나설 경우 건조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반대로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해 후속 기본설계 사업을 낙찰받아 공정하게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의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현재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가 예정돼 있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사업이 지연된 만큼 다음달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KDDX 선도함은 2030년 10월 현장에 투입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늦어도 2029년에는 함정이 인도돼야 한다. 건조 기간을 감안하면 상반기 내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이 완료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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