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휴전 협상 시간끌기…트럼프에 공 넘기며 유리한 고지 확보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휴전안을 두고 시간을 벌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는 휴전 자체에는 동의한다고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며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휴전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하면서도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계획을 언급하며 협상의 공을 미국으로 넘겼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지연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요구 내걸어
푸틴 대통령은 휴전이 성사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제한하고, 병력 동원과 무기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하며, 나토(NATO)는 동유럽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군사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거듭 확인했다.
푸틴이 내건 조건들은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서방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방어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나토 가입 포기는 서방과의 협력 기반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푸틴, 쿠르스크 재탈환으로 압박 강화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미루는 이유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쿠르스크주의 70%를 탈환하며 군사적 우위를 확보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8월 기습 작전을 통해 쿠르스크주 1,300㎢를 점령했으나, 병력과 군수 지원 부족으로 인해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내줬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군복을 입고 쿠르스크를 방문하며 영토 탈환을 독려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황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 다라 매시콧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무기 생산이 확대되는 동안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을 재건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약화된 상태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가 전장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점령지 상실 속 협상력 약화…젤렌스키 "푸틴은 종전 의지 없어"
사진=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지연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추가 조건 없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이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점령지를 잃고 병력과 무기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휴전 협상 물밑 접촉…트럼프의 선택은?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미루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적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푸틴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이 회담이 휴전 조율을 위한 사전 협상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강조한 만큼, 미·러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푸틴은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와의 직접 대화를 활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휴전 협상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
등록일 03.15
-
등록일 03.15
-
등록일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