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 투자 고수익 보장 '아트테크' 사기 기승…경찰 수사 고삐
"사기로 돈을 잃었을 때는 저 자신이 너무 보기 싫어져서…그래도 빚이 생기지 않은 게 어디냐고 마인트 컨트롤을 해보려 했는데도 한동안 무기력하게 지냈습니다."
전북 익산에 사는 김모(21)씨는 군대에서 적금한 돈 300만원을 한순간에 '몽땅' 잃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우연히 본 '아트테크(아트+재테크)로 원금 보장에 매달 이자까지'라는 문구를 우연히 본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은행에 예금을 들기에는 이자가 높은 편이 아니었다"며 "재테크 수단을 찾던 중 아트테크를 알게 됐고 그 중 D아트갤러리에 투자했다"고 털어놨다. '혹시 사기가 아닐까'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인터넷 검색창에 나오는 수많은 후기를 본 김씨는 적금 전 재산을 한 미술품 작품 조각(지분)에 '올인'했다.
조각을 사고 갤러리에 일정 기간 저작권을 빌려주자 저작권료로 월 3%의 이자가 매주 2만4000원씩 들어왔다. 갤러리는 계약 기간인 3개월이 끝나면 작품을 팔아 원금인 300만원을 돌려주겠다는 '달콤한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는 달이 돼서는 이자가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는 원금을 돌려받기 위해 갤러리에 전화했으나 이미 사이트는 폐쇄된 뒤였다. 본사로 나오는 건물의 도로명 주소를 검색해보니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사례처럼 최근 미술 작품에 투자해 일정 기간 빌려주면 원금 보장 및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이른바 '아트테크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법조계는 코로나19 이후 미술 작품을 활용한 재테크가 호황을 끌자 아트테크를 활용하는 '신종 폰지 사기'가 들끓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서준범 법률사무소 번화 변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미술관·갤러리가 온라인을 주무대로 삼게 됐다"며 "그림 하나를 조각처럼 소유하게 되는데 6억7000만원까지 투자했다가 잃은 피해자도 있다"고 전했다.
서 변호사는 "예컨대 미술품을 렌탈해주면 수익을 낸 다음 월 2%씩 이자를 주고 렌탈 기간이 끝나면 그림을 되팔아 원금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수법으로 속이곤 한다"며 "투자라는 개념상 본질적으로 돈을 잃을 수도, 벌 수도 있는데 원금을 보장해줄 수 있다는 점이나 연 24%에 달하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투자자의 돈으로 '돌려 막는' 행위가 수반돼 유사 수신 혐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트테크 사기로 피해를 본 이들은 단체대화방에서 '원금을 100% 보장한다고 했다' '갤러리 사이트가 갑자기 먹통이 됐고 사기 당한 것 같다'며 호소하고 있었다.
경찰은 아트테크 사기와 관련한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9월24일 사기,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한 갤러리에서 저작권·조각 투자를 빙자해 900억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갤러리K' 사건도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지난달 이송된 것으로 파악됐고, 경찰은 해외로 도피한 대표 김모씨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이외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지웅아트 갤러리를 운영한 정성균 지웅파인아트 대표는 지난 9월 구속 기소돼 오는 15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아트테크' 자체가 불법은 아닐 뿐더러 실제로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업체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기에 사전에 사기를 알아채고 대응하기는 어렵지만, 유사 수신의 전형적인 수법인 '원금 보장' 등을 경계할 것을 조언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실제로 예술품을 투자해 수익을 내는 (정상적인) 업체도 있기는 하다"며 "새로운 투자처로 미술품이 각광을 받고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경향이 있어 사전에 사기를 변별해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곽 변호사는 "금이나 태양광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종목을 활용한 신생 투자 사기가 등장하고 있는 추세"라며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부분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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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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