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에 "비트코인 채굴 임대 투자" 권유한 사기 조직 일망타진
현직 경찰에 전화해 '비트코인 투자 사기' 범행을 시도한 사기조직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수도권 일대에 콜센터를 차리고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 사업' 투자를 유도한 뒤 수십억원을 편취했는데, 범행 당시 관련 전화를 받은 경찰이 사기를 직감해 즉시 수사에 착수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총책 A(20대)씨 등 사기조직원 16명(9명 구속)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고 6일 밝혔다.
또 사기조직에 외국인 명의 대포유심을 공급한 B(30대)씨 등 유통책 31명(4명 구속)을 붙잡아 검찰 송치했다.
아울러 불법 개인정보 자료 관련 추가 수사를 벌여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유통한 콜센터 사무실 5개를 단속해 운영자와 상담원 등 33명을 검거, 검찰에 넘겼다.
이들 80명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타인 사용의 제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범죄단체조직죄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선후배 사이인 A씨 등 사기조직원 16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불특정 다수 개인정보가 적힌 자료를 보고 전화를 걸어 "비트코인 채굴기를 임대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였고, 50여명으로부터 250번에 걸쳐 23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사무실을 차리고 대포폰과 대포계좌, 다수 개인정보 자료를 갖춘 뒤 총책과 팀장, 상담원 등 역할을 나눠 사기 범행을 저지르기로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먼저 대포폰과 대포계좌, 가명을 사용해 '비트코인 채굴 임대 사업' 투자를 미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무료체험 수익금 명목으로 1만~5만원을 입금, 소액 투자를 유도했다.
이어 약 두 달간 매일 투자금 1% 수준을 수익금으로 주며 신뢰 관계를 쌓았고, 기존 수익금 10배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로 속여 고액 투자를 유도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특히 A씨 등은 2~3개월간 범행을 저지른 뒤에는 사무실 문을 닫고 다른 사무실로 이동하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치밀함도 보였다.
이 사건은 A씨 일당이 지난 4월 경기남부청 형사기동대 소속 D경위에 "코인 채굴기 임대에 투자하라"는 전화를 걸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여러 번 같은 전화를 받은 D경위는 투자사기를 직감하고 즉시 수사에 착수해 통화 녹음 등 범행 단서를 확보했다. D경위는 사건 수사를 위해 약 한 달간 실제 투자를 할 것처럼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방법으로 경기남부청 형기대는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A씨 사무실을 특정, 조직원을 긴급체포하고 압수물 분석 등 수사를 벌여 조직원 전원과 연루된 일당까지 모두 80명을 붙잡았다.
A씨 등은 송치 이후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 등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조직에 유심 20여개를 공급한 B씨 등 31명은 브로커를 통해 입수한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해 수개월간 외국인 명의 대포 유심 1980개를 개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조직의 범행 수단 유통 경로를 추적해 B씨 등을 검거했다.
또 추가 수사 과정에서 단속한 콜센터 관계자 C씨 등은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 음성 광고를 발송하거나 전화해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직장, 4대보험 가입 여부, 대출 여부, 재산 상황 등 정보를 알아내는 방식으로 5000여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A씨 조직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으나, 경찰은 불법 개인정보가 범행에 사용된 점 등을 고려해 수사를 벌여 C씨 등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사기 조직, 개인정보 불법유통 사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여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며 "별다른 노력 없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전화는 사기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비트코인 채굴은 컴퓨터 하드웨어가 비트코인 네트워크 거래 승인 또는 보안 강화를 위해 수학적 계산을 하는 처리 과정을 의미한다. 이른바 비트코인 광부로 불리는 이들은 이러한 채굴 작업을 제공하고 비트코인 거래 수수료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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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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