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전세금 다 날렸다…죽을 때까지 준다는 '평생연금' 정체
‘평생연금’을 미끼로 불법 다단계 영업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모집한 일당이 적발됐다.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고, 피해 금액도 수백억원 수준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31일 “불법 다단계 영업 방식으로 460억원대 출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로 1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불법 다단계 조직 일망타진
서울시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12개 그룹 134개 센터를 마련하고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주로 투자 지식이 부족하고 노후 자금에 관심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과 주부·퇴직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2월부터 1년 동안 돈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원금은 물론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1레벨(13만원)~9레벨(2억6000만원) 사이 투자금을 입금하면 보다 큰 금액을 적립해주고, 평생연금 형태로 죽을 때까지 주당 현금 출금액 등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투자금을 받으면 지급하는 적립액 형태가 일종의 포인트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유사수신행위법을 피하기 위해, 투자금을 받으면 이 금액의 2.6배에 달하는 포인트를 지급했다. 포인트는 자체적으로 ‘캐시’라고 했다. 예컨대 회원이 100만원을 입금하면, 260만원 상당의 캐시를 지급한다. 이 캐시를 활용하면 자체 쇼핑몰에서 건강식품·생필품 구매도 가능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이환봉 방문판매수사팀장은 “460억원의 출자금 중 290억원은 후원수당 등 형태로 회원에게 돌려줬지만, 회원 돈으로 지급하던 ‘돌려막기’식 수당이 지난해 12월부터 중단되면서 회원들이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460억원 끌어모아…5000명 모집
피해자 모집도 불법 다단계 영업 방식을 따랐다. 사업설명회에 가족·지인을 데려와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등 이른바 ‘하위 회원’을 모집하면 이들 실적에 따라 상위 회원에게 수당을 추가로 지급했다. “‘수당을 받으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하며 사실상 불법 금전 거래를 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피라미드 구조는 회원→직근하위회원→차하위회원 등으로 연결되는 3단계 이상인 다단계 유사조직이다. 이런 방식은 투자금 대비 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들기 쉽고, ‘직접판매공제조합’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계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피해 규모도 심각한 편이다.
특히 피의자는 평생 연금처럼 매주 현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다가 마케팅 전산시스템을 폐쇄해 회원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환불금을 주지 않았다. 또 쇼핑몰 가맹점에 지급할 금액도 지급하지 않아 피해자를 양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돈과 퇴직금·대출금·전세자금·카드빚 등으로 모든 출자금을 날렸다”며 “1000만원 이상 출자한 계정만 1300여개”라고 말했다.
적발된 업체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출자금 120억원을 수신·대여금·투자금 명목으로 24개 업체·개인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지난해부터 불법 다단계 의심 업체를 수사하던 중 혐의를 포착하고 잠복·계좌추적 등 7개월간 끈질긴 수사 끝에 전국 조직망을 일망타진했다”고 말했다.
다단계 방식으로 불법적인 금전 거래를 하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원금 보장이나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불법 다단계 방식의 금전 거래 행위는 서울시 홈페이지·전화·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금전 다단계 설명자료, 회원 조직도, 수당 지급 기준·내용 등 결정적인 증거를 첨부해 신고하면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권순기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장은 “가상자산 구매 명목의 출자금을 받고 다른 사람을 소개할 때마다 수당을 지급한다거나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면 금융 다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며 “민생 경제범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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