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유의 오랜 지인과 심복이 합작한 '사기대출'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가람저축은행은 대출금 100억 원 중 이자 납부용으로 미인출 상태로 남아있던 6억 원을 회수하고, 94억 원을 손실 처리했다. 고려저축은행은 대출금 50억 원 전액을 손실 처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의 오랜 지인인 이 모(65·여) 씨가 대출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토지담보부 차용 약정서’와 ‘차용증 이행 합의서’는 이 씨가 허위로 작성한 가짜 서류로 밝혀졌다.
특히, 대출금 중 일부가 김 전 의장 측에 전달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씨는 대출금 중 40억 원을 자기앞수표로 발행했고, 이 중 1000만 원권 1매가 김 전 의장 부인 계좌에 입금된 것이 확인됐다.
또 수표 중 상당액은 아직 지급 제시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미지급 수표를 비롯해 이 씨가 횡령한 87억 원 중 일부가 김 전 의장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놓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사건은 김 전 의장과 이 씨의 오랜 친분 관계에서 비롯됐다. 김 전 의장은 2007년경 ‘드로잉컬처’ 모임에서 이 씨를 처음 알게 된 뒤 수십 차례에 걸쳐 골프비용을 대납해 주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와 이 씨는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의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최근 사기대출을 주도한 이 전 대표와 이 씨 등을 상대로 피해 원금 144억 원과 이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사실상 회수할 수 있는 이 씨의 자산은 거의 없는 상태다.
김 전 의장이 지시한 150억 대출 사기로 피해 저축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예가람저축은행의 경우 94억 원을 손실로 반영함에 따라 8월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신뢰성 측정 지표인 지급여력비율(BIS)이 14.8%에서 13.9%로 0.9%포인트 하락하고, 연체율은 6.3%에서 6.9%로 뛰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예가람저축은행의 금융사고 금액은 87억 7700만 원(3건)으로 저축은행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검찰에 제출한 엄벌요청서를 통해 “김 전 의장은 이 사건의 실질적인 총책이며, 범죄를 직접 실행한 관련자들을 맺어주고 뒤에서 조정한 인물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행을 낱낱이 밝혀 달라”고 청원했다.
김 전 의장은 사기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저축은행 대표에게 지인의 대출 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은 맞지만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며 “당시는 이미 해임을 통보받은 상태여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태광그룹은 “김 전 의장이 저축은행 대표에게 대출을 지시한 것은 8월 23일 이전이고, 태광그룹이 김 전 의장에게 해임을 통보한 것은 8월 29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 공소장을 보면, 저축은행 대표는 지난해 8월 23일 개발시행사 대표를 만난 뒤 곧바로 담당 직원에게 대출 실행을 지시했고, 김 전 의장은 이날 자신의 측근들을 불러놓고 그룹 감사를 거부할 것을 지시했을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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